세상의 흐름
코메르츠방크 지분 쥔 우니크레디트, 해외망 통폐합에 대출·고용 충돌
우니크레디트의 비용 절감 구상...독일 측의 수출기업 금융 유지와 해외 영업망 재편 놓고 충돌

2024년 9월 11일,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는 독일 정부가 내놓은 코메르츠방크 지분 4.49%를 전량 매입했다. 우니크레디트는 경쟁 입찰에서 다른 매수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이 지분을 확보했다.
독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시작한 지분 매각은 외국 은행의 경영권 확보를 향한 첫 단계가 됐다. 독일에서 이미 은행을 운영하던 우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에서 무엇을 얻으려 했고, 독일 측은 무엇을 지키려 했을까.
독일 정부는 9월 20일 추가 지분 매각을 중단하고 당시 남아 있던 12%를 보유하며 코메르츠방크의 독립 전략을 지원하기로 했다.
9월 23일 우니크레디트는 기존 보유분 약 9%에 금융상품 약 11.5%를 더해 전체 포지션이 약 21%가 됐다고 발표했다. 추가 금융상품을 실제 주식으로 받으려면 승인이 필요했고, 우니크레디트는 보유와 매각, 추가 취득의 선택지를 열어 뒀다.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는 우니크레디트의 접근을 비우호적 공격과 적대적 인수라고 비판했다.
우니크레디트는 독일 자회사 하이포페라인스방크(HVB)를 운영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고객 기반에 자사 상품과 시스템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 인수 구상의 사업상 고리다.
우니크레디트가 2026년 4월 제시한 계획은 독일과 폴란드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그룹의 상품 개발 역량을 활용해 무역금융과 결제, 외환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고객에게 제공할 상품을 늘리는 동시에 해외망의 운영 방식을 바꿔 비용과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우니크레디트는 해외 영업망을 재편해도 독일·폴란드 고객과 두 나라에 연결된 해외 고객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다. 상품에 정통한 숙련된 은행원이 고객을 담당하되 업무 처리와 후선 업무는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폴란드와의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해외 사업과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은 축소 대상으로 봤다. 우니크레디트는 수출기업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처리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는 그 방식으로 현지에서 필요한 금융 기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코메르츠방크는 2026년 4월 공식 입장에서 해외 영업과 무역금융을 줄이는 재편이 독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자사 영업모델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무역금융에는 수출입 거래에 필요한 자금 공급과 대금 지급 보증이 포함된다.
코메르츠방크 부행장은 은행이 게재한 5월 인터뷰에서 상하이 영업점을 예로 들었다. 현지 규정과 고객을 아는 영업점 직원이 대출 여부를 판단해야 하므로 독일에서 원격으로 처리하거나 대표사무소만 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고객 지원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현지 조직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견해가 다르다.
독일 서비스노조 베르디도 2024년 12월 우니크레디트의 과거 인수 뒤 인력 감축을 들어 고용을 우려했다. 인수 측이 줄일 비용으로 보는 조직과 인력이 반대편에는 기업금융을 제공하는 기반이자 일자리다.
우니크레디트의 업무 집중과 그룹 상품 활용은 아직 코메르츠방크 재편 뒤의 성과로 확인된 답은 아니다. 앞으로 나올 재편안에서 해외 거점과 기업고객 담당 조직을 어디까지 유지하는지, 업무를 모은 뒤에도 현지 대출 판단과 자금 공급을 어떻게 제공하는지가 이 구상을 판단할 조건이다.
지분 확보는 그 사이 크게 진전됐다. 우니크레디트는 2025년 3월 14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최대 29.9%의 직접 지분 취득을 승인받았다. 2026년 7월 8일 공개매수 결과 발표 당시 직접 보유 지분은 26.77%, 실물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3.22%였다. 여기에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17.60%를 합치면 발행주식 기준 47.59%였다.
코메르츠방크가 보유한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없다. 은행이 발행한 뒤 스스로 보유한 이 주식을 제외하면 의결권 기준으로는 49.65%에 해당했다. 다만 이 합계에는 아직 결제가 필요한 물량이 포함돼 있었다.
10월 15일에는 우니크레디트가 ECB로부터 30%를 넘는 지분 취득과 상한 없는 추가 확대를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우니크레디트는 남은 인허가 절차와 거래 조건이 연말 무렵 충족되면 의결권 약 50%를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정부의 정치적 반대와 별개로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와 공개매수는 진행된 것이다.
코메르츠방크 경영진의 대응도 달라졌다. 베티나 오를로프 최고경영자는 이에 앞서 은행이 게재한 2026년 9월 인터뷰에서 우니크레디트가 승인 후 약 49%를 보유할 주주가 된다는 전제로 우니크레디트와 건설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조달과 상품 플랫폼의 효율 개선을 먼저 검토한 뒤 HVB와의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통합 같은 구조 개편에는 주주총회에서 75%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니크레디트도 앞서 6월 발표에서 코메르츠방크를 강화하고 재편하기 전에 HVB와 합병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가 다시 자립했다고 판단해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우니크레디트가 인수하려는 고객 기반은 코메르츠방크가 해외에서 고객을 지원하며 쌓아 온 관계이기도 하다.
우니크레디트가 그 고객에게 그룹 상품을 더 팔고 운영비를 줄이려 할수록 고객 관계를 유지해 온 현지 금융 기능을 어떤 조직을 통해 제공할지가 중요해진다. 독립을 지키려던 경영진이 협력을 모색하는 지금, 인수전의 핵심은 지분을 누가 갖느냐에서 확보한 고객을 어떤 해외 영업망으로 지원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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