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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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늘어도 높아진 대형 증권사 건전성 지표...KDI의 산식 개편 제안

대형사 5곳의 자본·위험액 비교...위험 대비 자본 비율이 낮아져도 잉여자본은 늘어나는 구조

리지

증권사 건전성 규제5분

Illustration by Gemini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5년 12월 펴낸 보고서에서는 대형 증권사의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건전성 지표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25년 2분기까지 대형 증권사 5개사의 위험을 금액으로 환산해 합산한 총위험액은 약 11배가 됐다. 이들 5개사의 현행 산식으로 계산한 순자본비율(NCR)을 단순평균하면 659%에서 2,218%로 높아졌다.

2010년의 NCR 659%는 현행 제도가 시행되기 전 자료에 지금의 산식을 소급 적용한 수치다. 장기 비교에 사용한 자료에는 개별 재무제표와 연결 재무제표 간 기준 차이도 있다. KDI는 이 비교를 통해 위험이 확대돼도 현행 지표로는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 증권업은 분석 기간인 2010년부터 2025년 2분기까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전체 증권사의 총자산은 2010년 199조 8,000억원에서 2025년 2분기 851조 7,000억원으로 약 4.3배가 됐다. 총부채도 2010년 162조 6,000억원에서 2025년 2분기 755조 2,000억원으로 약 4.6배가 됐다.

증권사들은 기업금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업무를 확대하는 한편 파생결합증권 판매와 관련 파생상품 거래도 늘렸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약정된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할 금액이 정해지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기업이나 부동산 사업에 돈을 빌려주면 상대방이 갚지 못할 위험을 부담하고,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주가·금리·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부담한다.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확대와 함께 이런 영업의 규모도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자산 규모를 나타내는 대형 증권사의 레버리지는 자산 기준 가중평균으로 5.6배에서 9.4배로 높아졌다.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에서는 발행어음과 파생상품부채를 포함한 기타부채의 비중이 늘었다. 발행어음의 만기는 1년 이내로, KDI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기타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증권의 실질만기를 3~6개월로 설명했다. KDI는 이런 조달 비중과 만기를 근거로 대형사의 단기 조달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봤다.

위험 확대와 건전성 지표의 상승을 함께 이해하려면 2016년에 바뀐 규제 산식을 살펴봐야 한다. 기존 NCR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인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계산했다. 총위험액은 시장가격 변동이나 거래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운영 과정 등에서 생기는 위험을 규제상 금액으로 환산해 합산한 수치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NCR 산식을 개편했다. 현행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잉여자본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필요유지자기자본은 인가 업무별 최저자기자본 합계의 70%로, 보고서에서 예로 든 모든 업무를 취급하는 경우에는 약 1,342억원이다. 취급 업무가 같으면 자산과 위험액이 커져도 분모인 필요유지자기자본은 늘지 않는다.

이 산식에서는 위험 대비 자본의 비율과 잉여자본의 절대액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필요유지자기자본이 같은 두 회사의 자본과 위험액이 각각 같은 배수만큼 차이 나면 기존 NCR은 같지만 규모가 큰 회사의 잉여자본과 현행 NCR은 더 크다. 위험액이 자본보다 빠르게 늘어도 자본 증가액이 위험액 증가액보다 크면 잉여자본은 증가한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대형 증권사 5개사의 합계에서도 이런 관계가 나타났다. 영업용순자본은 2010년 10조 5,000억원에서 2025년 2분기 38조원으로 약 3.6배가 됐다. 총위험액은 2010년 2조 1,000억원에서 2025년 2분기 23조 2,000억원으로 약 11배가 됐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잉여자본은 2010년 8조 4,000억원에서 2025년 2분기 14조 8,000억원으로 늘었다. 위험 대비 자본 비율이 낮아지는 동안에도 잉여자본의 절대액은 커진 것이다.

기존 산식으로 계산한 5개사의 NCR 단순평균은 하락 추세를 보였고, 2025년 2분기에는 166%였다. 이 단순평균에서는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각 회사의 NCR을 같은 비중으로 반영한다. 구 산식의 규제 기준이었던 150%에 가까운 수준이다. KDI는 이 결과가 실제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현행 산식의 평균 NCR 2,218%를 상대적인 손실 흡수 여력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다.

두 산식으로 계산한 NCR은 레버리지와의 관계에서도 차이가 났다. 보고서의 단순 상관관계 분석에서 기존 NCR은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현행 NCR은 레버리지와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KDI는 이 분석 결과를 현행 지표에 차입 확대에 따른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규제의 경고 기능이 약해졌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대형사의 위험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KDI는 SRISK도 추정했다. SRISK는 금융시스템 위기 때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를 추정하는 시장 기반 지표다. 대형 증권사의 평균 SRISK는 2011년 1조 2,000억원에서 2025년 5조 4,000억원으로 4.5배가 됐다. 비교 대상인 중형 은행지주회사의 평균 SRISK도 2011년 1조 4,000억원에서 2025년 4조원으로 늘었다. 대형 증권사의 SRISK 증가폭과 2025년 평균은 모두 중형 은행지주회사보다 컸다.

2020년 3월에는 증권사의 긴급한 자금 수요로 다른 시장의 불안까지 커진 사례가 있었다. ELS는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된 파생결합증권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ELS 지급 의무를 관리하려고 주가지수 선물 등을 직접 매매하는 자체 헤지를 했다. 당시 해외 주가지수가 급락해 헤지용 파생상품 계약의 가치가 떨어지자 이들 증권사는 거래에 필요한 담보인 외화증거금을 해외 거래소에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 증권사들이 외화를 급히 마련해 해외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내 단기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당시 5개 대형사의 NCR은 규제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돌았다. NCR이 높아도 증권사의 급박한 유동성 수요를 충분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던 사례다.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조달 확대도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1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했고, 미래에셋증권의 IMA 약관은 그해 12월 시행됐다. 증권사는 IMA로 고객이 맡긴 돈을 모아 기업금융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만기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원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금융위원회 안내에서 이들 사업자의 발행어음·IMA 합산 조달 한도는 자기자본의 300%다. 그 안에서 발행어음은 200% 이내로 제한된다. IMA는 만기 1년 이상 상품을 70%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증권사는 IMA 만기에 원금을 지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IMA 수탁금 원본의 5% 이상을 손실충당금 등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 적립 의무는 IMA의 원금 지급을 뒷받침하는 장치이며, 자본과 위험액을 비교하는 NCR 산식 자체는 그대로다.

KDI는 대형 증권사의 위험 대비 자본 비율이 드러나도록 대형사에는 기존 비율 산식을 적용하고 중소형사에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차등 규제를 제안했다. 대형사는 자산과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시장 파급력을 규제에 반영할 필요가 크다는 이유다. 반면 중소형사에는 기존 산식을 적용하면 규모와 업무 특성에 비해 과도한 자본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서 비교한 해외 규제는 국가별로 적용 대상에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은행지주 산하 대형 투자은행에, 유럽연합(EU)에서는 초대형 투자회사인 Class 1에 은행과 같은 바젤Ⅲ 자본규제가 적용된다. KDI는 이 규제와 기존 NCR이 위험 규모에 비례해 자본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자금중개 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규제 전환을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을 제안했다. NCR만으로는 단기 자금 조달이 막히는 유동성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짚었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에는 단기 자금 유출에 대비한 유동성 자산 보유를 요구하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 별도의 유동성 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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