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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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쏟아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국유은행

프리바트방크는 공공 부문 운용수익에 대출과 결제 영업의 성장을 더해 기록적 흑자를 냈다.

박정우 작가

프리바트방크4분

Illustration by Gemini

러시아의 전면 침공 3년째를 맞은 2024년, 우크라이나 최대 국유은행 프리바트방크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통화로 401억흐리우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전쟁으로 산업 시설과 전력망이 파괴되는 나라에서 이 은행은 어떻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을까. 프리바트방크는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집계한 은행권 전체 순이익 1,037억흐리우냐의 약 39%를 차지했다.

프리바트방크는 공식 소개에서 개인과 법인을 합친 활동 고객이 1,900만을 넘는다고 밝힌다. 전쟁은 이런 은행에도 대출 부실과 예금 인출, 영업 중단의 위험을 높인다. 프리바트방크는 전산망과 지점 운영을 지키며 고객이 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했다.

2022년 3월 중앙은행이 클라우드 이용을 허용한 뒤 이 은행은 45일도 걸리지 않아 서버 3,500대 이상과 데이터 4페타바이트 이상을 클라우드로 옮겼다. 전산 시설을 클라우드로 이전한 것은 국내 전산 시설이 파괴될 위험에 대비한 조치였다. 지점 운영과 관련해서는 2024년 8월 발표에 따르면 발전기와 스타링크 통신망을 갖춘 지정 지점 500여 곳이 장시간 정전 때도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은행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상 조치도 이 은행의 영업 지속에 도움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개인 예금을 계엄령 기간과 종료 후 3개월까지 전액 보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프리바트방크는 연차보고서에서 해외 재정 지원에 따른 정부 지출과 은행권으로의 꾸준한 자금 유입을 당시 영업 환경으로 제시했다.

은행 자체 장부에서 확인되는 것은 결제성 예금이 두터운 조달 구조다. 고객 예금은 2023년 말 5,555억흐리우냐에서 2024년 말 6,216억흐리우냐로 약 12%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 요구불예금과 법인 결제계좌는 5,262억흐리우냐였다. 2024년 요구불·결제계좌에 지급한 이자비용은 24억흐리우냐로, 개인 정기예금 이자비용 78억흐리우냐보다 작았다. 이런 예금 구성이 조달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기반이었다.

이 은행은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국채와 중앙은행 예금증서에 투자했다. 2024년 말 기준 국채 보유액은 3,751억흐리우냐, 예금증서 보유액은 785억흐리우냐였다. 예금증서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일정 기간 자금을 맡기고 정해진 금리의 이자를 받는 수단이다. 중앙은행은 이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 2024년 우크라이나 기준금리는 연초 15%에서 6월 13%로 낮아졌다. 기준금리는 연말에 13.5%로 올랐으며 연말 보유 예금증서 금리도 13.5%였다.

2024년 프리바트방크의 총이자수익 776억흐리우냐 가운데 정부와 중앙은행 등 공공 부문에서 받은 이자가 절반을 넘었다. 이자비용 107억흐리우냐를 뺀 순이자이익은 669억흐리우냐였다. 낮은 조달 비용과 공공 부문 운용수익 간의 격차가 큰 이익을 남긴 배경이다.

프리바트방크의 국채 보유액은 2023년 말 2,718억흐리우냐에서 2024년 말 3,751억흐리우냐로 늘었다. 정부에서 받은 이자수익은 223억흐리우냐에서 293억흐리우냐로 증가했다. 개인 대출 이자수익도 202억흐리우냐에서 266억흐리우냐로 늘었다. 반면 예금증서 등이 포함된 은행 예치금 이자수익은 157억흐리우냐에서 126억흐리우냐로 감소했다. 전체 이자수익 증가액이 이자비용 증가액을 웃돌면서 순이자이익은 전년보다 약 73억흐리우냐 늘었다.

프리바트방크의 대출도 늘었다. 고객 대출에서 대손충당금을 뺀 순고객대출은 2023년 말 920억흐리우냐에서 2024년 말 1,128억흐리우냐로 22.5% 증가했다. 순고객대출은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8%로 작았지만 규모는 확대되고 있었다. 옛 경영진과 소유주 관련 대출을 제외한 대출 중 부실대출의 비중인 부실대출비율은 2024년 말 4.9%였다.

결제·거래 활동이 늘면서 수수료 수익과 비용의 차액인 순수수료이익도 244억흐리우냐에서 278억흐리우냐로 증가했으며 전체 수수료수익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은 카드 가맹점 결제 처리 수수료수익이었다. 전산망과 지점 운영을 유지한 은행은 고객의 일상적인 거래에서도 수익을 늘리고 있었다.

최종 이익에는 이자와 수수료 수익 외에 국채 평가손익도 반영됐다. 보유 국채의 평가액 변동에 따른 손익은 국채 이자와 별도로 반영됐으며 평가이익은 전년보다 늘었다. 이 은행이 보유한 환율 연동 국채에는 발행 직전 달보다 만기 직전 달의 월평균 달러당 흐리우냐 환율이 높아지면 상환받을 원금이 늘어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자 지급액에는 환율 연동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4년에는 달러 대비 흐리우냐 가치가 떨어지면서 만기에 받을 원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국채 평가액이 올라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이 국채 평가이익은 외화 자산과 부채를 흐리우냐로 환산하면서 발생한 평가손실을 상쇄했다.

대출과 보유 채권 등 금융자산에서 예상되는 손실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손상차손도 전년보다 감소했다. 반면 외환 거래에서 얻은 외환거래이익은 감소한 데 비해 인건비는 늘었다. 이런 평가손익과 비용 변화를 반영한 세전이익은 2023년 728억흐리우냐에서 2024년 810억흐리우냐로 늘었다. 법인세비용도 약 59억흐리우냐 늘어 세후 순이익의 증가액은 약 24억흐리우냐였다. 프리바트방크는 공공 부문 자산 운용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가운데 대출·결제 영업 확대와 평가손익·비용 변화가 더해져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프리바트방크는 이렇게 거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과 배당으로 국가에 납부한다. 2024년에는 은행 이익에 50% 법인세율이 적용돼 프리바트방크는 회계상 법인세비용 409억흐리우냐를 장부에 계상했다. 2025년 이 은행은 2024년 순이익의 80%인 약 321억흐리우냐를 국가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은행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자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다시 국고에 납부하는 구조다.

금리 하락은 이런 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같은 금액을 낮은 금리로 새로 운용하면 이자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다만 운용액이나 대출·결제 영업이 커지면 총수익의 방향은 달라진다. 실제로 2024년 예금증서 보유액은 줄었는데도 순이자이익은 늘었고, 은행은 2025년 실적 발표에서도 대출 확대를 밝혔다. 다음 분기에는 예금증서 잔액 하나보다 대출 증가율, 국채·예금증서 이자수익, 예금 이자비용과 순수수료이익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프리바트방크는 전쟁 중에도 예금·결제 영업을 유지하면서 국채 운용과 민간 영업을 함께 늘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가는 이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는 채무자인 동시에 이익을 배당받는 주주였다. 전시의 재정 지출과 통화정책, 은행의 영업과 소유 구조가 맞물리면서 이익 일부가 국고로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앞으로 흑자가 얼마나 이어지고 국가에 얼마나 돌아갈지는 금리와 조달 비용, 운용 규모와 민간 영업의 성장, 세금·배당 정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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