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프랑스 재정 악화만으로 국채 하락 베팅의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다
ECB의 조건부 매입 경로가 추가된 유로존에서는 재정 전망과 함께 가격을 바꿀 정책 대응도 거래의 변수다.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줄인 해에도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유로스타트의 2026년 4월 발표에 따르면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24년 5.8%에서 2025년 5.1%로 감소했다. 하지만 연말 정부부채 비율은 2024년 112.6%에서 2025년 115.6%로 높아졌다. 적자를 줄여도 빚이 늘어나는 나라의 국채를 팔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프랑스의 재정 불안은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전망에 따라 거래할 때는 매도 시점의 가격과 보유 기간도 따져야 한다. 프랑스 국채를 팔고 독일 국채를 사는 거래에서는 두 채권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과 그동안 주고받는 이자, 차입·조달비용을 함께 따져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유로존에서 구제금융 신청과 별개로 조건부 국채 매입을 결정할 수 있게 된 점도 두 채권의 가격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OAT)와 독일 10년 만기 국채(Bund)의 금리 격차인 스프레드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프랑스 국채를 빌려 판 뒤 독일 국채를 살 수 있다. 만기까지 받을 돈이 정해진 채권은 시장가격이 내리면 만기수익률이 오른다. 두 채권의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를 맞추면 작은 금리 변동에서는 스프레드 확대가 두 거래의 가격손익 합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독일 국채를 함께 사는 이유는 두 나라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금리 변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독일 국채 금리도 올라 보유한 독일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독일 국채에서 손실을 본다. 프랑스 국채에서는 투자자가 당초 매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국채를 빌려준 대여자에게 돌려줄 때 가격 차익을 얻는다. 만기가 같아도 쿠폰과 가격이 다르면 민감도가 달라지므로 두 채권의 거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스프레드의 변화 폭만으로 수익을 계산할 수는 없다.
보유 기간에 주고받는 돈도 두 채권에서 모두 발생한다. 증권대차로 프랑스 국채를 빌렸다면 투자자는 대여자에게 차입 수수료를 내고 계약에 따라 쿠폰에 해당하는 이자도 지급한다. 독일 국채에서는 쿠폰을 받지만 매입 자금을 빌렸다면 조달 이자를 낸다. 국채를 확보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비용 계산이 달라진다. 역레포로 현금을 제공하고 채권을 받는 경우에는 투자자가 제공한 현금에 대해 레포 이자를 받으므로 이 이자를 공매도한 채권의 쿠폰 부담과 함께 계산한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설명하는 공매도의 캐리도 이처럼 지급하는 비용과 받는 이자를 따지는 개념이다. 두 국채의 만기수익률 차이에는 가격과 상환금액까지 반영돼 있어 그 차이를 그대로 매년 지급하는 비용으로 볼 수 없다. 받는 이자보다 지급하는 비용이 많아 순비용이 발생하는 조건에서는 보유 기간이 길수록 이를 상쇄할 가격 차익이 더 필요하다.
실제 거래와 구분한 가상 사례로 보면 가격 차익과 순비용이 최종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투자자가 6개월 동안 두 채권의 가격 변동으로 합계 100만유로의 이익을 얻었다고 하자. 그 기간의 이자 수취·지급과 차입·조달비용, 거래 수수료를 모두 합친 순비용을 120만유로로 가정하면 투자자는 가격 차익에서 순비용을 뺀 최종 손익에서 20만유로의 손실을 본다. 가격 차익이 이처럼 발생하더라도 순비용이 60만유로였다면 투자자는 순비용을 빼고 40만유로의 이익을 얻는다. 가격 변동으로 이익을 얻었는지와 최종 수익이 났는지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빚이 계속 불어나면 결국 국채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까. 재정 전망이 더 나빠져 투자자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면 국채 가격은 추가로 내릴 수 있다. 투자자는 이 가능성을 근거로 국채 가격 하락에 투자한다. 하지만 매도할 때 이미 높은 금리와 낮은 가격을 받아들였다면 보유 기간에 가격이 얼마나 더 하락할지가 중요하다. 재정 전망의 변화가 거래 이후 국채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유럽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는 다른 나라로 불안이 전달되는 과정도 필요하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을 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011년 전염 분석은 그리스 채무조정에서 민간 투자자에게 손실을 부담시키는 방안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여러 나라 국채의 보유를 줄이면 가격이 하락하고, 높아진 조달금리가 해당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우는 경로였다.
이런 국채시장 불안은 정부의 조달 부담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국채금리는 다른 채권의 금리를 정할 때 기준으로 쓰이므로 국채시장의 긴장은 더 넓은 자금조달 여건으로 전달될 수 있다. ECB가 유로존 전체에 적용할 정책금리를 정해도 특정 국가의 국채시장 불안이 그 나라의 대출·자금조달 금리를 밀어 올리면 공동 금리 정책이 각국에 전달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국채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ECB의 제도도 바뀌어 왔다. 2012년 발표한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럽안정화기구(ESM)의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조건 이행을 매입의 필수 요건으로 정했다. 해당국이 재정·경제 조정 프로그램이나 조건부 예방 지원을 받고 약속을 지켜야 ECB가 매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2022년 7월 도입한 통화정책 전달경로 보호기구(TPI)를 통해 ECB는 다른 방식으로도 국채 매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ECB는 2025년 연구보고서에서 OMT에 앞서 해당국의 ESM 지원 요청이 필요하지만 TPI는 ECB가 적격성을 평가해 발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차이를 설명했다. 구제금융 신청 여부와 별개로 무질서한 국채 매도에 대응할 수단이 추가된 것이다. TPI는 해당국의 재정이나 경제 상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자금조달 여건의 악화가 통화정책 전달을 위협할 때, 조건을 충족한 나라의 채권을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제도다.
TPI를 통한 매입에도 조건은 있다. ECB는 EU 재정 기준과 시정 요구에 대한 대응, 경제 불균형과 정책 이행,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며 정책위원회를 통해 매입의 필요성과 규모의 적절성을 판단한다. 사전에 정한 매입 규모의 한도는 없지만 긴장이 지속되는 원인이 해당국의 경제 기초 여건에 있다고 판단하면 매입을 종료할 수도 있다. TPI는 프랑스의 재정 악화에 따른 금리 상승까지 자동으로 막아주는 제도는 아니다.
프랑스 국채가 이 조건에 맞는 매입 대상이 된다면 거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ECB의 매입은 해당 채권의 수요를 늘려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공매도한 투자자가 되살 때 가격이 그만큼 높아지면 프랑스 국채 매도에서 얻을 가격 이익은 줄고, 처음 판 가격보다 비싸게 되사면 가격손실이 난다. 독일 국채 쪽의 손익이 같다는 조건에서는 이 변화가 두 채권을 결합한 거래의 성과도 낮춘다. 이는 조건부 매입의 작동 방향이며, TPI가 실제 프랑스 국채 가격을 떠받쳤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향후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강해질 때에는 ECB가 이를 재정 전망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보는지, 정책 전달을 해치는 무질서한 움직임으로 판단해 매입을 결정하는지에 따라 가격 하락에 투자하는 거래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구제금융 신청과 별개로 개입할 수단이 생겼어도 프랑스의 부채 부담은 여전하다. 재정 악화로 국채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도, 조건부 매입으로 가격이 지지될 수도 있다.
프랑스가 적자를 줄이고도 부채 비율을 낮추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재정 부담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부담을 근거로 국채를 판 투자자는 환매 가격을 예상할 때 ECB가 어떤 조건으로 매입에 나설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조건부 매입이 가격 하락 폭을 줄인다면 순비용을 부담하며 기다린 투자자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얻을 수 있는 가격 차익도 작아질 수 있다. 정부의 빚이 늘었다는 판단이 거래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이런 정책 대응까지 거친 뒤 두 채권에서 얻은 가격 차익이 보유 기간의 순비용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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