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유비쿼스의 현금과 금융자산, 부채 빼고도 1,324억원
보유 자산과 본업의 수익력이 내수 성장 제약을 얼마나 상쇄하는지 짚는다.
9년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통신장비 업체가 현금과 금융자산 1,662억원을 보유했다면 자산과 흑자를 각각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로 삼아 더해도 될까. 유비쿼스는 2026년 6월 말 이만큼의 현금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비쿼스의 상반기 순이익에도 금융자산 평가이익 56억원이 포함돼 있다. 자산과 이익을 함께 평가하려면 보유 금융자산의 가치 변동이 순이익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유비쿼스는 KT와 LG유플러스 등이 가정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가입자망에 스위치와 광 가입자망 장비를 공급한다. 이 회사는 통신사 망에서 가입자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장비의 판매와 유지보수를 맡는다. 유비쿼스는 2017년 3월 유비쿼스홀딩스의 네트워크 사업을 인적분할해 설립됐고 그달 코스닥에 재상장했다.
유비쿼스는 2026년 6월 말 연결 재무상태표에 현금및현금성자산 717억원을 기재했다. 여기에 기타유동금융자산과 기타비유동금융자산 945억원을 합하면 현금과 금융자산은 1,662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들 금융자산에는 주식과 수익증권, 채권뿐 아니라 대여금과 보증금도 포함된다. 따라서 현금과 금융자산 전액을 가격 변동이나 회수 조건 없이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금과 금융자산 1,662억원에서 부채총계 338억원을 빼면 약 1,324억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설비 등은 제외하고 금융자산을 장부에 기재된 금액으로 계산한 결과다. 실제 처분 가격과 회수 조건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달라진다. 유비쿼스는 단기차입금으로 LG유플러스 동반성장대출 10억원을 받았으며 담보로 단기금융상품을 제공했다.
유비쿼스의 보유 자산은 부채를 감안해도 상당하다. 다만 이 자산을 장비 사업과 별개로 평가하려면 이익에서도 금융자산의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 유비쿼스는 2017~2025년 9개 사업연도에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연평균 순이익은 195억원이었다. 첫 사업연도는 2017년 3월부터 12월까지다. 다만 9개 사업연도의 흑자를 모두 장비 사업에서 꾸준히 낸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586억원, 영업이익은 127억원, 순이익은 173억원이다. 금융수익은 약 80억원으로, 그중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약 56억원이었다. 이 평가이익은 보유 금융자산의 평가액 상승분을 손익에 반영한 금액이다. 평가이익은 장비 판매 수입이나 금융자산 매각 대금과 성격이 달라 평가이익 발생 자체를 현금 유입으로 볼 수는 없다.
이 평가이익이 반영된 금융자산의 장부상 금액을 자산 가치로 인정하면서 평가이익을 포함한 순이익 전체를 장비 사업의 수익성으로 보고 별도의 사업 가치를 더하면 이 금융자산의 가치 상승을 양쪽에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장비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할 때는 영업이익 127억원을 기준으로 삼고 금융자산 운용과 평가에서 생긴 이익은 따로 봐야 한다. 순이익에서 평가이익만 빼더라도 이자와 배당 등 다른 금융수익이 남으므로 그 차액을 장비 사업의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장비 사업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매출을 늘릴 시장은 국내 통신사에 집중돼 있다. 유비쿼스는 상반기 매출 가운데 국내 매출로 583억원을 올려 국내 비중이 99.5%에 달했다. 수출로는 3억 1,300만원을 올려 전체 매출의 0.5%를 차지했다. 해외 수요는 국내 통신사의 장비 구매 변화를 보완하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다.
반기보고서는 전국적인 통신 인프라 구축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포화로 주요 고객의 장비 투자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통신사가 새 가입자를 연결하기 위해 망을 넓히는 수요에는 제약이 생긴 셈이다. 유비쿼스가 대부분의 장비를 통신사업자로부터 직접 수주하는 만큼 고객의 투자계획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유비쿼스의 매출은 2023년 1,503억원에서 2024년 1,038억원으로 약 31% 줄었다. 이 매출 감소분 전체를 특정 투자 축소나 단가 인하의 결과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유비쿼스는 장기간 흑자를 이어왔어도 매출 규모가 크게 변했다. 이 때문에 보유 자산 규모와 장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
기존 고객에게 공급할 물량은 남아 있다. 유비쿼스는 2026년 9월 29일 공시에서 LG유플러스와 맺은 1,794억원 규모 가입자망 장비 단가계약의 종료일을 2026년 9월 30일에서 2027년 9월 30일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유비쿼스는 2026년 6월 말 이 계약에서 아직 공급하지 않은 물량인 수주잔고 875억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 계약의 수주잔고 875억원은 국내 장비 사업의 매출 기반이다. 계약 연장으로 기존 공급관계는 이어지지만 계약금액이 새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남은 물량을 공급할 기간이 늘었으므로 연장 자체를 매출 증가로 계산할 수도 없다. 수주잔고는 흑자 사업을 지속할 근거지만 성장 속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유비쿼스는 국내 고객 중심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6년 9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광통신 전시회에서 KT 주관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개발한 광집선장치 장애 진단·분석 기술을 공개했다. 광집선장치는 통신사의 국사에서 인터넷 신호를 광 신호로 바꿔 가정이나 사무실로 보내는 장비다. 유비쿼스는 이 기술을 장비의 운용 데이터를 분석해 인터넷과 IPTV의 장애 징후, 품질 저하 원인을 찾는 기술로 소개했다.
기술 공개 당시 KT는 실제 서비스망에서 진단 성능 등을 실증한 뒤 상용망 도입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었다. 유비쿼스도 이 기술을 글로벌 고객에게 소개하고 해외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장비에 진단 기능을 추가하려는 개발이지만 기술 공개 단계의 성과를 해외 매출이나 검증된 상용 성능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유비쿼스의 배당 이력과 환원 정책을 보면 보유 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에게 배분될지 가늠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25년 결산에서 보통주 한 주당 47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당시 결산배당의 공시상 현금배당수익률은 4.9%였다. 현금배당수익률은 주가 대비 한 주당 현금배당금의 비율을 뜻한다. 유비쿼스는 2026년 2월에는 2026~2028년 조정 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4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확보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취득 등에 사용할 계획을 공시했다.
이 계획은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배분할 기준을 제시한다. 재원이 조정 후 이익에 연동되므로 보유 금융자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환원액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상반기 순이익에는 금융자산 평가이익도 포함돼 있어 조정 항목을 확인하지 않고 순이익에 환원율을 곱해 구체적인 금액을 추산하기 어렵다. 이행 범위 역시 현금배당과 자사주 취득 등을 함께 포함한다.
유비쿼스는 보유 자산과 흑자 이력을 고려하면 재무 여력을 갖춘 장비 업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의 회수 조건을 살피고 순이익에 포함된 투자이익을 구분하면 자산과 흑자 이력만으로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를 상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존 공급계약은 국내 사업을 지속할 근거이며, 환원 정책은 그 사업과 자산에서 생긴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기준이다. 회사가 정한 환원 재원도 쌓인 자산 전체가 아닌 2026~2028년 조정 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에 연동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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