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영장 없는 번호판 기록 조회로 찾아낸 마약 41킬로그램, 법원은 증거 배제
영장 없는 위치 기록 조회와 구금 연장은 위법...법원, 후속 증거도 배제
고속도로에서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렌터카를 본 수사관이 차량 번호판 자동 인식(ALPR) 시스템으로 과거 위치 정보를 조회했다. 수사관은 차를 세운 뒤 차량을 수색해 트렁크의 여행가방에서 필로폰 91파운드(약 41킬로그램)를 발견했다. 하지만 미국 오클라호마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10월 1일 이 마약을 포함한 후속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을 맡은 새라 힐 판사는 이 사건에서 영장 없이 차량 번호판 자동 인식 시스템을 조회한 행위가 운전자의 이동에 관한 사생활을 침해한 수색이라고 판단했다. 수사관은 조회를 시작할 때 차량이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달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법원은 수사관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상당한 이유도 영장도 없이 위치 정보를 조회했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이후 수사관이 목격한 안전거리 위반에 대해서는 차를 처음 세울 정당한 근거로 인정했다.
민간 상점까지 이어진 위치 정보
수사관의 노트북에는 차량 등록 정보를 넘어 여러 주의 촬영 기록이 나타났다. 차량 번호판 자동 인식은 도로와 주요 시설에 설치된 카메라로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 판독해 촬영 시각과 위치를 기록하는 기술이다. 수사관은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와 모토로라 솔루션스의 시스템을 통해 경찰과 민간 카메라가 남긴 차량 사진, 촬영 시각과 위치를 조회할 수 있었다. 이 렌터카의 기록에는 미주리주의 철물점 로우스(Lowe's) 카메라와 뉴멕시코주 경찰, 애리조나주의 킹먼 경찰 등이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사관은 당시 한 달에 걸친 50건 이상의 위치 기록에 접근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기록은 볼 수 없었다. 카메라가 포착한 지점들을 모은 기록이어서 차량의 모든 이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수사관은 주행 중 조회를 시작해 차를 세운 뒤에도 운전자를 순찰차에 앉혀 두고 위치 정보와 여행 일정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수사관은 미주리에서 언제 출발했는지, 어디에 머물렀는지 물은 뒤 면허증을 돌려주고 교통 위반 경고장을 건넸다. 이어 수사관은 차량 수색에 동의하는지 물었다가 운전자가 거절하자 탐지견을 투입하겠다는 이유로 계속 구금했다. 차량 수색은 탐지견이 냄새를 맡고 반응한 뒤 이뤄졌다.
법원은 운전자를 추가로 구금한 조치도 위법하다고 봤다. 수사기관은 짧은 여행 일정과 출발 요일을 되짚는 답변, 많은 짐과 긴장한 태도 등을 범죄를 의심할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도 평범한 장거리 여행과 범죄를 구별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처음 차를 세울 근거가 있었다고 해서 교통 단속이 끝난 뒤 마약 수사를 위해 운전자를 더 구금할 근거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플록 측은 자신이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판결이 다른 유사 판례와 어긋나며 항소와 번복을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번 판단은 개별 사실관계에 한정되며 수사기관의 기술 사용 자체를 막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플록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수천 개 수사기관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번호판 검색과 알림은 도난 차량 등을 찾는 데 쓰인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캘리포니아 번호판이라는 이유로 누적된 위치 기록부터 조회한 행위였다.
공개된 번호판과 누적된 이동 기록
정부는 공공 도로에서 보이는 차량 정보에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합리적인 기대가 없다고 주장했다. 힐 판사는 개별 장소에서 차량을 보는 것과 여러 장소의 기록을 모아 장기간의 이동을 파악하는 것을 구분했다. 번호판 카메라의 기록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만큼 정밀하지 않더라도, 흩어진 촬영 기록이 쌓이면 한 차량의 과거 이동을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이 사건의 조회가 운전자의 이동 전반에 관한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봤다.
수사관은 이 조회로 얻은 정보를 후속 수사에도 활용했다. 수사관은 위치 정보를 조회하며 차량을 추적한 뒤 차를 세워 조회한 내용을 근거로 운전자를 추궁하고 구금과 차량 수색을 이어갔다. 법원은 조회와 이후 확보된 증거 사이에 관련성이 있음을 인정했고, 정부가 증거 배제 원칙의 적용을 피할 예외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위법한 수색에서 파생된 증거도 배제하는 "독나무의 열매" 법리를 적용했다. 실제로 마약을 발견했다고 해서 수사관의 앞선 위법한 조회와 구금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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