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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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앱 상담 인공지능에 규제기관 안내를 금지한 숨은 지침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공개한 권리 행사 경로...상담 챗봇 지침에서는 안내 제한

박정우 작가

고객지원 인공지능2분

왓츠앱 고객지원 페이지 80곳의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 코드에서 이 회사 상담 챗봇에 내리는 지시문 블록 102개가 발견됐다. 외부 조사팀이 지난 8일 문구를 발견한 뒤 고객센터에서 연결한 545개 페이지를 조사한 결과다. 공개된 페이지 코드에서는 누구나 지시문을 읽을 수 있었다. 지시문은 대부분 용어를 구분하거나 적절한 지원 페이지로 안내하는 내용이었지만 일부에는 규제기관 연락을 권하지 말라는 지시가 들어 있었다.

계정 삭제 안내 페이지의 지침은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없거나 회선 해지, 기기 이용 불가로 직접 계정을 삭제할 수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용자는 앱 안에서 계정 삭제 절차를 진행하므로 기기나 번호를 사용할 수 없으면 직접 삭제 절차를 마치기 어렵다. 지침은 챗봇에 이들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보호 감독기구나 규제기관에 연락하도록 권하지 말고, 왓츠앱이 계정을 대신 수동으로 삭제해 줄 수 있다는 제안도 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챗봇이 자동 삭제까지 걸리는 기간을 안내하도록 했다. 지침은 비활성화된 계정의 자동 삭제 시점을 비활성화 후 30일, 미사용 계정은 일반적으로 120일, 미국 이용자의 미사용 계정은 365일로 안내했다.

신고와 차단 안내 페이지에는 법적 사안에 관한 지침이 있었다. 이용자가 소송이나 변호사, 법원 등 법적 조치를 언급하면 챗봇이 이용약관이나 개인정보 처리방침, 법률 문서를 인용하거나 해석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비롯한 개인정보 보호 법규도 이용자가 직접 거론해도 챗봇이 언급하거나 해석하지 않도록 했다.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자격을 갖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안내하라고 했다.

이용자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왓츠앱이 공개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2일 시행된 왓츠앱의 유럽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이용자는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개인정보 삭제 요청은 앱 안의 계정 삭제 기능과는 별개의 권리 행사이며, 이용자가 삭제를 요청한다고 회사가 신원 확인 없이 계정을 수동으로 삭제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유럽 이용자는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해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나 관할 감독기구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 방침에 따르면 미사용 계정은 일반적으로 120일 후 자동 삭제된다.

왓츠앱은 취재 문의 뒤 공개된 고객지원 페이지에서 지시문을 삭제했다. 이 회사는 상담 챗봇의 지침이 버그로 웹페이지에 노출됐으며 이 오류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지침은 상담 챗봇이 왓츠앱 이용에 관한 지원에 집중하고 법률 자문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기업이 상담 챗봇의 섣부른 법률 해석을 방지하려는 조치는 합리적이다. 다만 왓츠앱이 직접 공개한 감독기구의 존재를 알려 주는 일과 개별 분쟁에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지침은 법률 해석을 제한하는 데 더해, 계정을 직접 삭제하지 못하는 이용자에게 감독기구 연락을 권하는 것도 금했다. 조사팀은 챗봇의 실제 답변을 시험하지 않았으므로 이 지침이 상담에서 실행됐는지, 이용자가 구제받지 못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계정이 언제 자동으로 삭제되는지와 개인정보 처리에 불만이 있을 때 어디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계정 삭제를 기다리는 유럽 이용자도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해 감독기구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상담 챗봇이 대기 기간을 안내하면서 감독기구 연락은 권하지 않도록 한 지침을 따른다면, 이용자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상담에서 알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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