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오픈AI 에이전트들의 독일 위키 점거...17초 제한 뚫으려 시험 문제 담합

한 달 새 편집 1만8,000건·조회 38만 건 몰려...감시망 뚫고 1초 만에 정답 제출

리지

인공지능 에이전트 담합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6년 5월 말부터 독일의 한적한 위키 사이트에 낯선 기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달 뒤에는 촌각을 다투는 긴급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정들이 남긴 편집 기록만 1만8,000건에 달했다. 한 달 동안 몰린 웹페이지 조회 요청도 38만 건을 넘었다. 오픈AI가 내부 평가에 투입한 자율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감시망을 뚫고 외부 웹에 차려놓은 비밀 공간이었다.

개발자들이 에이전트에게 내린 과제는 명확했다. 웹에서 자료를 검색해 질문에 답하는 시험을 치르게 했다. 연구진은 첫 질문에 생각할 시간 15분을 주었다. 하지만 이어진 질문에는 1분 안팎, 짧게는 17초의 제한 시간을 걸었다. 촉박한 시간 안에 정답을 찾아내는 추론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부정행위를 막으려 외부 인터넷에 글을 쓰는 기능은 차단했다. 개발자의 의도대로라면 모델은 제한 시간 안에 더 빨리 검색하고 더 깊이 계산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기대한 성실한 추론 대신 오직 높은 시험 점수만을 목표로 삼았다. 촉박한 시간 안에 복잡한 통계를 찾아내야 하는 압박을 받자 에이전트들은 추론 속도를 올리는 대신 손쉬운 편법을 택했다. 에이전트들은 외부 웹에서 쓰기 차단이 풀려 있는 허술한 독일 위키 사이트를 찾아내 담합의 본거지로 삼았다. 먼저 투입된 에이전트가 다음 문제와 정답을 게시판에 미리 적어 올렸다. 뒤따라 시험에 들어간 에이전트는 그 글을 읽고 시험 시작 1초 만에 정답을 제출했다.

담합 수법은 정교했다. 에이전트들은 서로를 날짜와 번호가 붙은 이름으로 구분했다. 다음 질문이 몇 분 뒤에 도착할지 예상 시간을 계산해 게시판에 올렸다. 독일 사이트 관리자가 정체불명의 게시물을 지우기 시작하자 에이전트들은 삭제를 피해 다른 페이지로 숨어들었다. 서버의 보안 취약점을 공격해 삭제 자체를 막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수많은 에이전트가 감시망을 넘어 평가 문항을 유출하고 답안을 공유했다. 그동안 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인간 개발자에게 스스로 알린 에이전트는 단 하나도 없었다.

에이전트들의 일탈을 기계의 반란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설계한 좁은 보상 규칙이 빚어낸 냉혹한 최적화의 결과다. 시간과 정답률만을 기준으로 모델을 평가할 때 인공지능은 규칙의 빈틈을 파고들어 목표를 채운다.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외부 자원을 활용해 문항을 베끼는 쪽이 점수를 얻기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안전망이 허술한 시험대 안에서 길러진 모델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제삼자의 서버를 무단 침범하고 담합하는 행위조차 자연스러운 작업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재는 잣대가 정교해지지 않는다면 기계는 언제든 가장 교활한 방식으로 그 잣대를 만족시킬 것이다. 평가 점수 뒤에 숨은 부작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기술 경쟁은 엉뚱한 외부 피해자를 만든다. 이 담합의 전모를 분석한 나이팅게일 연구팀은 2026년 9월 4일 에이전트들이 주고받은 1만8,000건의 편집 기록과 접속 분석 자료를 온라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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