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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멈춘 관세, 백악관의 150일 수입부과금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수입 규제를 과세로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새 근거로 꺼낸 무역법 122조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 다른 법률을 근거로 150일 10% 수입부과금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이듬해 1월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렇게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의회의 새로운 관세 입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서명만으로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넓혀왔다.
미국 헌법은 관세를 포함한 과세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다. 대통령에게는 평시에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헌법상 고유 권한이 없다.
이번 소송에서 미국 정부 역시 대통령에게 평시의 고유한 관세 부과 권한이 있다는 주장을 펴지 않았다. 대통령이 서명하는 관세 조치가 법적 효력을 얻으려면 의회가 사전에 법률로 그 권한을 맡겼는지가 핵심이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확대의 근거로 내세웠다. 대통령의 비상 경제권한은 국가적 위기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이 행정부에 무역과 금융 거래 통제를 맡기는 제도다.
미국 의회는 과거 적성국교역법(TWEA) 아래에서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비상 경제권한이 지나치게 커지자 이를 제한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 법 개혁 이전에는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8년 미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제한하면서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언을 끌어다 쓴 일도 있었다. 의회는 대통령이 오래된 비상사태 선언을 앞세워 경제를 통제하는 관행을 막으려 했다.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행사할 때 거쳐야 할 엄격한 절차를 규정했다. 법률은 미국 외부에 전부 또는 상당 부분 근원을 둔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대응할 때만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권한 행사는 그 위협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제한됐으며 새로운 위협에는 새로운 비상사태를 선언하도록 했다.
법률은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이나 재산을 대상으로 외환거래 등을 조사하고 규제하며 금지할 권한을 규정했다. 은행을 통한 자금 이전·지급에는 외국이나 외국 국민의 이해관계가 있어야 했고, 자산 거래와 수출입에 관한 권한도 그러한 이해관계가 있는 재산에 한정됐다. 법률은 가능한 경우 사전에 의회와 협의하고 권한 행사 직후 보고에 이어 6개월마다 의회에 경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 법을 근거로 적대국에 무역 제한을 가했지만 이 법을 실제 관세 부과에 사용한 것은 2025년이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2일 행정명령 14257을 통해 지속적인 미국 상품무역 적자에 드러난 조건을 국가안보와 경제에 대한 비상 위협으로 선포했다.
행정명령은 예외 품목 등을 두면서 4월 5일부터 기본 10%의 추가관세를 적용하고 일부 교역 상대에는 별도 세율을 적용하도록 명령했다. 무역 적자의 원인과 피해에 관한 설명은 행정명령이 제시한 행정부의 주장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상 위협으로 선포하며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행정부는 법에 적힌 수입 규제 문구를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의 근거로 해석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교육용 완구 제조사 러닝 리소시스(Learning Resources)가 제기한 소송에서 6대3으로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조문에 관세나 수입관세를 명시한 말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입을 차단하거나 특정 상대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권한은 거래 자체를 통제하지만, 관세는 미국 수입자에게 세금을 거둬 국고 수입을 얻는 수단이다. 법원은 관세로 무역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규제 권한에 과세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의회가 규제와 과세를 함께 맡길 때는 두 권한을 따로 명시해 왔으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는 관세 부과를 맡긴 조항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인 2026년 2월 20일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포고문 11012를 발표했다.
새 포고문은 상품무역 적자보다 넓은 대외 거래를 근거로 삼았다. 행정부는 상품·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해외에서 벌거나 해외에 지급하는 투자·노동 소득과 송금 등 이전 지급까지 들어 중대한 국제수지 적자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역법 122조는 중대한 국제수지 적자 등 근본적인 국제결제 문제에 대응할 때 대통령이 임시 수입부과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 포고문은 예외 품목을 둔 10% 임시 수입부과금을 2월 24일부터 150일간 적용하도록 했다.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의 수입 규제 조항이 세율과 기간에 제한 없는 관세 권한을 준다고 주장했다. 무역법 122조가 명시한 수입부과금에는 최대 15%의 세율과 최대 150일의 기간 제한이 붙는다. 150일을 넘어 기간을 연장하려면 의회가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관세법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의회가 법률에 명시한 임시 부과 권한을 근거로 수입부과금을 다시 발표했다. 그 조항 아래에서 150일을 넘겨 부과금을 이어갈지는 의회의 추가 입법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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