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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아일랜드 밖에서 더 많이 팔린 파이낸셜 타임스

위성 지면 전송과 현지 인쇄, 국제 보도로 해외 독자층 확대...런던 금융 신문의 해외 진출 전략

박정우 작가

파이낸셜 타임스3분

2000년 영국의 미디어 기업 피어슨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시의 도표에 따르면, 산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종이신문의 하루 평균 부수 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 비중은 44%였다. 영국과 아일랜드 이외 지역의 부수 비중은 나머지 56%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런던을 기반으로 기업과 금융 등 경제 뉴스를 다루는 영국의 일간신문으로, 종이신문과 디지털판을 발행한다. 런던에서 출발한 이 신문은 어떻게 영국·아일랜드 밖에서 전체 종이신문 부수의 절반 넘게 팔게 됐을까.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이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1888년 네 면으로 창간했다. 초기 독자는 런던의 소규모 금융계 인사들이었다.

창간 초기 발행된 파이낸셜 타임스 1면. 위키피디아

파이낸셜 타임스는 국내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고 판단해 해외 인쇄에 나섰다. 리처드 매카서가 작성한 1990년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후반 경영진 내부 조사팀은 영국 신문업계와 영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첫 해외 인쇄시설을 마련했다.

해외 진출 이후에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로 성장 여건도 좋아졌다. 1999년 IESE 보고서는 특히 발간 전 10년간의 성장 요인으로 국제 주식·채권 거래 증가, 자본시장 자유화, 세계경제 확대를 꼽았다. 유럽에서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인수합병이 늘고 경제 통합이 진행되면서 기업 활동을 다루는 보도 수요도 커졌다.

해외 독자에게 제때 도착하는 종이신문

해외 진출의 과제는 신문 배달이었다. 해외에 경제 뉴스를 읽을 독자가 있어도 종이신문을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할 수 있어야 했다. ILO 연구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신속한 뉴스 전달이 중요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해외에 인쇄소를 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런던에서 완성한 지면을 통신위성으로 해외에 전송했다. 현지 인쇄소에서 전송받은 지면으로 신문을 찍으면 독자에게 종이신문을 운반하는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ILO 연구에는 뉴욕과 프랑크푸르트로 완성된 지면을 전송한 방식이 기록돼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88년 7월 12일부터 프랑스 북부 루베에 있는 지역 신문사 노르에클레르의 인쇄소에서 국제판 일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위성으로 지면을 전송받는 이 인쇄소를 통해 벨기에와 네덜란드, 프랑스 일부 지역에 신문을 더 빨리 배달할 수 있었다. 해외 인쇄소 한 곳에서 주변 나라까지 신문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인쇄시설 투자도 계속됐다. 피어슨 공시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1996년부터 지역과 국가 사정에 맞춘 판을 제때 배달해 영국 밖 부수와 광고 수입을 늘리는 투자 전략을 추진했다. 1998년 밀라노와 시카고에 문을 연 인쇄 거점도 이 전략에 포함됐다.

인쇄망과 함께 넓어진 취재

해외 독자에게 공급할 신문의 내용도 바뀌었다. 1990년 ILO 연구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통 범위가 넓어지면서 보도도 국제적으로 확대했다. 산업 담당 기자들은 국제적 관점에서 취재했고, 해외 취재 인력도 늘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독자와 광고주의 국제적 관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1999년 IESE 보고서에 소개된 지면에서 당시 보도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주와 아시아태평양, 유럽과 영국의 지역 뉴스에 세계무역 보도를 더했고, 기업·시장 지면에서 영국과 해외 기업을 함께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업 발표가 시장과 산업에 미칠 영향, 투자자와 펀드매니저의 전략 판단에 필요한 배경을 전달하려 했다. 해외 독자에게 필요한 보도를 마련해 지역별 판을 독자가 있는 시장에 제때 공급하는 전략이었다.

해외 제작을 뒷받침한 광고 수입

이런 신문을 해외에서 제작하는 데는 판매 수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었다. 1990년 ILO 연구는 당시 해외 인쇄소의 계약 인쇄비와 전송비를 적은 현지 판매 부수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고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익구조가 해외 제작을 뒷받침했다.

광고주 역시 국제적 독자층을 원했다. ILO 연구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의 광고주도 점차 국제화되면서 여러 나라의 독자를 겨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국경을 넘는 기업 활동에 관심을 가진 독자와 그 독자에게 광고를 전달하려는 기업을 함께 상대로 삼았다. 이처럼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이어지면서 1999년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 매출의 약 4분의 3은 광고에서, 약 4분의 1은 판매에서 나왔다.

런던 금융가의 작은 독자층에서 출발한 파이낸셜 타임스는 해외 독자에게 필요한 기업·시장 보도를 넓히고, 그 독자 가까이에서 종이신문을 찍어 배달했다. 국경을 넘어 사업과 투자를 판단하는 독자는 국제 보도를 제때 받아볼 수 있었고, 신문사는 그 독자층을 원하는 광고주도 상대했다. 해외 부수의 확대는 취재와 제작·유통, 광고 영업이 함께 국제화된 신문 사업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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