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백과사전

존 스노, 마시는 물과 사망 기록 대조해 콜레라 전파 추적

하수가 섞이는 강물을 공급한 회사의 급수주택에서 사망자 비율이 약 13배 높았다

박정우 작가

의학사3분

1854년 런던 남부에서는 같은 거리의 이웃집들이 서로 다른 수도회사가 공급하는 물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해 콜레라 유행 첫 4주 동안 두 회사가 물을 공급하는 전체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사망자 비율은 약 13배 차이가 났어요. 의사 존 스노는 사망자가 살던 집에 물을 공급한 회사를 확인하며 콜레라의 전파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두 회사는 강물을 끌어오는 지점이 달랐습니다. 램버스 수도회사는 1852년 취수장을 템스디턴으로 옮겨 런던 하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서더크·복스홀 수도회사는 런던 하수가 섞이는 템스강 물을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수도관은 같은 거리와 골목을 지났습니다. 각 집에 물을 공급하는 회사는 과거 수도회사들이 경쟁할 때 집주인이나 거주자의 선택에 따라 정해졌죠.

스노는 수질이 다른 물을 공급받는 두 회사의 고객들이 한데 섞여 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부유층과 빈곤층을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집에 물을 공급했기 때문이에요. 지역 전체의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물의 차이에 주거환경과 생활수준의 차이까지 함께 반영될 수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두 회사 고객을 조사하면 다른 생활 조건의 영향을 줄이면서 물과 콜레라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스노의 1855년 저서에 실린 런던 남부 급수 지도. 보라색은 램버스와 서더크·복스홀 두 회사의 수도관이 함께 지나는 구역입니다. 지도 존 스노, Wellcome Library, London, CC BY 4.0,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스노는 왜 물을 의심했을까요. 그는 콜레라가 소화관의 이상으로 시작한다는 관찰을 토대로 가설을 세웠습니다. 원인 물질이 입으로 들어와 위와 장에서 증식한다고 추론했죠. 환자의 배설물이 하수와 함께 강으로 흘러가고 그 강물을 식수로 공급하면 다른 사람이 원인 물질을 삼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스노는 1855년 저서에서 그 물질의 구조를 현미경으로 식별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 원인 물질이 식수로 옮겨지는지 알아보려면 실제로 환자가 발생한 집에 어떤 물이 공급됐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스노는 이미 형성된 급수 체계에서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지만 각 집에 물을 공급하는 회사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스노는 사망등록기관에서 사망자의 주소를 받아 그 집의 수도요금 영수증으로 급수업체를 확인했어요. 환자가 발병 후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면 병이 시작됐을 때 살던 집까지 확인했습니다. 요금을 집주인이 내는 세입자들은 자기 집에 물을 공급하는 회사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죠.

이때 스노는 물의 염분 검사도 활용했습니다. 두 회사가 공급하는 물은 염분 함량에 큰 차이가 있어 질산은 용액을 넣으면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이 급수업체를 모르면 스노는 물을 작은 병에 담아 주소를 적고 돌아와 검사했어요. 이렇게 확인한 물의 공급원을 사망 기록과 연결했습니다. 스노는 주소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망자가 살던 집에 물을 공급한 회사까지 확인했지요.

1854년 7월 8일부터 8월 5일까지 콜레라 사망자는 서더크·복스홀이 물을 공급한 주택에서 286명, 램버스가 물을 공급한 주택에서 14명이었습니다. 다만 두 회사의 고객 규모가 달라 사망자 수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었어요. 의회에 제출된 1853년 급수 대상 주택 수는 서더크·복스홀이 4만46채, 램버스가 2만6107채였습니다. 각 회사의 급수 대상 주택 수로 사망자 수를 나누면 서더크·복스홀의 사망자 비율이 약 13배 높았습니다. 서더크·복스홀이 더 많은 집에 물을 공급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두 회사의 사망자 비율에는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죠. 이 계산은 같은 거리에 섞여 있던 집들에 한정하지 않고 두 회사가 물을 공급하는 전체 주택 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 사망자 비율의 격차는 스노가 물을 의심한 이유와 맞아떨어졌습니다. 하수가 섞인 물로 원인 물질이 옮겨진다면 두 회사 고객이 섞여 사는 곳에서도 어느 회사가 공급한 물을 받는지에 따라 사망자 비율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어요. 스노는 영수증과 물 검사로 사망자가 발병 당시 살던 집의 급수업체를 확인했기에 그 예상을 사망 기록과 대조할 수 있었습니다. 통계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도 스노가 지역 단위의 관계에서 개별 주택 조사로 나아갔다는 점을 평가했죠.

스노는 이 조사를 통해 전파를 막을 방법도 찾았습니다. 스노는 이 저서에서 식수와 조리용수가 분뇨나 하수에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어요. 오염이 의심되지 않는 물을 구할 수 없으면 충분히 끓이도록 했습니다. 병원체의 모습을 확인하기 전에도 배설물이 물을 거쳐 사람에게 들어간다는 가설을 급수 경로와 사망 기록으로 검증할 수 있었죠. 스노는 이 전파 경로를 알아내면서 물 공급과 취급 방식을 바꿔 전파를 막을 지점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