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자회사 주가가 모회사의 순이익 부호를 정한다

1분기 순이익 2,365억...그중 1,969억이 파생상품 평가이익

리지

에코프로2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해 10월 24일 에코프로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 673만 9,680주를 증권사 여섯 곳에 맡기고 8,000억원을 받아왔다. 한 주도 팔지 않았으니 시장에 매물은 나오지 않았다.

주가수익스왑이라 부른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먼저 받고, 만기에 주가 등락 차액을 증권사와 정산하는 계약이다. 기간은 2년이고 수수료율은 연 5%대로 정해졌다. 블록딜로 내놨으면 주가가 흔들렸을 물량이라, 회사는 주주친화적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확보한 돈 가운데 2,000억원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짓는 니켈 제련 합작법인 지분 19.99%를 사는 데 들어갔다. 니켈 광산까지 사슬을 넓혀 사업 지주회사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이 계약이 가져온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손익계산서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에코프로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지분 담보 8,000억 0 200,000 300,000 2020 2022 2024 2026 4,997 87,100
월봉 종가. 옅은 띠는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8,000억원을 조달한 뒤의 구간이다. 이 기간 상반기에만 파생상품에서 3,022억원의 이익을 인식했다.

올해 1분기 에코프로 영업이익은 564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365억원에 달했다. 차이는 금융수익 2,960억원에서 나왔고, 그 가운데 1,969억원이 파생상품평가이익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오르자 스왑 계약 평가액이 불어난 결과다. 2분기에는 흐름이 뒤집혀 285억원의 평가손실이 났다. 같은 분기 계약 일부를 정산해 거래이익 936억원을 챙겼고, 담보로 잡힌 기초자산은 463만 4,992주로 줄었다.

자회사 주가가 모회사의 분기 순이익 부호를 정한다. 본업과는 상관이 없다. 상반기 세전이익 3,765억원 가운데 2,707억원, 72%가 파생상품에서 나왔다. 이 회사의 이익은 담보로 맡긴 주식 등락에 좌우된다.

정작 본업이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893억원이다. 2분기 매출 8,208억원은 1년 전보다 11.9% 줄었고, 인도네시아 제련소는 집중호우로 가동률이 떨어졌다. 매출은 2023년 7조 2,602억원에서 지난해 3조 4,13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2,954억원과 1,05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회사는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사업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코스닥은 이레 만에 32% 뛰며 사이드카가 네 번 걸릴 만큼 달아올랐다. 에코프로 주가도 1년 전 5만 600원에서 8만 7,100원이 됐다. 시가총액은 11조 8,261억원으로 불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1,786억원, 66배다. 최근 12개월 주당순이익은 마이너스 1,103원이고, 유동자산을 다 털어도 부채가 2조 2,323억원 더 많다. 이 주가가 평가한 것은 리사이클도 리튬도 아니고 담보로 잡힌 자회사 지분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오르면 에코프로 순이익이 늘고 그 순이익이 다시 에코프로를 밀어 올린다. 2027년 10월 만기에 정산이 끝나면 이 고리도 끊긴다. 리사이클과 리튬이 파생상품보다 많이 벌어오는 분기가 나와야 8만 7,100원이 에코프로 자신의 주가가 된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