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4년째 손도 안 댄 203억, 그 통장에 3,468억이 들어왔다

상반기 연구개발비 26억...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37억

리지

에이프릴바이오2

Illustration by Gemini

4년째 0원. 에이프릴바이오가 2022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하며 조달한 공모자금 203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집행한 금액이다.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이 회사는 그 돈을 운영자금 35억원과 연구개발자금 167억 9,100만원으로 나눠 쓰겠다고 신고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같은 계좌에 3,468억원이 더 들어왔다. 질산을 만드는 화학회사 TKG휴켐스와 사모펀드 운용사 IMM 계열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납입한 자금이다.

쓰지 않은 이유는 반기보고서에 한 줄로 적혀 있다. "사모자금 미소진 및 공모자금 사용목적시기 미도래에 따른 공모자금 미사용." 상장 전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아직 남아 그것부터 쓰고 있다는 뜻이다. 남은 자금은 "안정성이 높은 정기예금 및 보통예금에 예치하여 운용"되고 있고, 6월 말 그 잔액은 207억 5,300만원이다.

자금이 남는 것은 연구에 쓰는 금액 자체가 적어서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26억 100만원이고, 그중 20억원이 외부 기관에 맡긴 위탁용역비다. 연구 인력 급여는 2억 1,700만원, 임직원에게 지급한 주식보상비용은 6억 1,2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예금에서 발생한 금융수익 37억 1,400만원은 연구개발비보다 11억원 많다.

에이프릴바이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경영권 매각과 3,468억 납입 0 40,000 60,000 80,000 2023 2024 2025 2026 10,980 26,300
월봉 종가. 옅은 띠 구간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주금 3,468억원이 들어왔다. 회사가 올 상반기에 실제로 쓴 연구개발비는 26억 100만원이다.

새로 들어온 3,468억원도 전액 연구개발에 투입하겠다고 회사는 공시했다. 사용 계획표에는 올해 133억 4,100만원, 내년 507억 500만원, 2028년 이후 2,827억 3,900만원이 기재돼 있다. 남은 다섯 달에 쓰겠다는 133억원은 상반기 여섯 달에 쓴 26억원의 다섯 배다. 내년 507억원은 올해 지출을 연간으로 환산한 52억원의 열 배에 가깝다.

비용을 아낀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임상 1상 전후까지 개발해 기술수출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모델이라 공장도 영업조직도 필요 없다. 6월 말 부채총계는 14억 6,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상장 직전 간담회에서 회사가 제시한 목표는 해마다 전임상 하나와 임상 하나를 진행해 1년에 한 건씩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상장 이후 4년 동안 성사된 글로벌 기술이전은 2024년 6월 미국 에보뮨과 체결한 한 건이다.

시계도 따로 돌고 있다. 기술성장기업에 주어진 매출 유예는 올해 말 끝나 2027 사업연도부터는 연 매출 30억원을 채우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매출은 21억 7,200만원, 올 상반기는 7억 2,500만원이었다. 부실 기업을 솎아내겠다며 금융당국이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국면이라 유예가 연장될 여지는 크지 않다.

상장 4년 동안 이 회사가 확실하게 불린 것은 예금 잔액이다. 시가총액 7,235억원은 그 잔액이 임상 데이터로 전환되는 속도에 매겨진 몸값이다. 자금 사용 실적란이 다섯 해째 비면 그 몸값은 유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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