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호남 반도체에 4배 오른 금호건설, 수주는 아직 0건이다

1년 새 붙은 시총 4,419억...1,500억짜리 공사 100건의 이익과 맞먹어

리지

금호건설2

Illustration by Gemini

남양주 왕숙2지구에 지은 아파트 812가구가 계약 7일 만에 완판됐다. 일반공급 223가구를 모집하는 데 2만 3,525명이 몰렸다. 금호건설이 새로 선보인 주택 브랜드 아테라의 첫 성적표다. 그런데 이 회사 주가를 1년 만에 4배로 끌어올린 것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1년 전 3,790원이던 주가가 15,650원에 거래된다. 반도체가 한 일이다.

정부가 호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 거점을 두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내놓은 것이 6월 말이다. 부지는 광주 군공항 250만평으로 정해졌고 기업 투자만 800조원이 거론됐다. 본점을 나주에 둔 금호건설은 6월 26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7월에 19,380원까지 올랐다. 8월 10일 8,84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가 대통령이 조기 착공을 주문하자 이틀 연속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부가 잡은 일정은 2029년 말 송전선로와 용수 공급망, 2030년 6월 양산이다.

1년 전 주가에 지금 주식 수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1,412억원이고 지금은 5,831억원이다. 1년 사이 4,419억원이 불어났다. 올해 수주한 공사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1,648억원, 제3판교 1,279억원처럼 건당 1,500억원 안팎이고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였다. 한 건에서 남는 영업이익 45억원으로 4,419억원을 채우려면 그런 공사를 100건 더 수주해야 한다.

금호건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반도체 클러스터 0 5,000 10,000 20,000 2020 2022 2024 2026 10,700 15,65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 회사가 새로 공시한 계약은 인천 영종하늘도시 2,149억원 한 건이고, 호남에서 딴 공사는 없다.

본업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2024년 2,285억원이던 순손실이 지난해 624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2분기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여섯 분기째 흑자다. 지난해 말 520%였던 부채비율도 상반기 말 405%로 내려왔다. 회사는 과거 고원가 현장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그사이 2022년 15위에서 27위로 밀렸다.

내려온 부채비율의 자본 계정에는 6월 29일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300억원이 들어 있다. 만기가 2056년이고 금리는 연 7%인데 조건에는 "발행 후 2년 경과시 2.5%p 가산, 이후 매 1년마다 0.5%p 가산"이라고 적혀 있다. 이자를 미루면 배당도 못 한다.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가 연 8% 금리에도 소화되지 않고 9~10월에만 3조 2,2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장에서 끌어온 돈이다. 자산 계정에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2,289만주가 남아 있다. 합병가액으로 1,592억원이고 12월 16일 대한항공 주식으로 전환된 뒤 1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취득가 대비 1,363억원의 평가손실은 이미 자본에서 차감됐고 처분해도 손익계산서에는 한 줄도 남지 않는다.

지금 주가는 이 회사가 호남에서 대형 공사를 연달아 수주하는 쪽에 걸려 있다. 국내 시공능력 27위, 시장점유율 1.5%인 회사다.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사설계용역을 발주하는 단계이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11~12월에나 추진된다. 8월 들어 공시된 계약은 영종하늘도시와 기존 계약의 기재정정뿐이다. 호남에서 수주한 신규 공사는 아직 한 건도 없다. 그 발주가 올해 안에 첫 공고로 나오지 않으면 지금 붙은 4,419억원은 근거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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