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간장 80년 샘표, 발행주식 29.9%를 회사가 들고 있다

연결 순이익 188억 중 주주 몫은 97억...자기주식 소각 기한은 2027년

리지

샘표2

Illustration by Gemini

샘표가 20일 양조간장 801을 내놓는다. 1.7L 한 병에 2만 3,380원으로 1994년에 나온 701보다 비싸다. 숫자를 붙인 간장으로는 32년 만이고 이 회사가 간장을 담그기 시작한 지 꼭 80년이 되는 날이다.

간장은 잘 팔린다. 지난해 이 그룹의 연결 매출은 4,090억원이고 22년 동안 적자를 낸 해가 한 번도 없지만 그 간장을 만드는 회사와 유가증권시장에서 샘표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회사는 서로 다른 법인이다.

반기보고서의 종속기업 표를 열면 샘표식품 옆에 유효지분율 49.4%가 적혀 있고 지배관계 근거 칸에는 "사실상 지배력"이라고만 쓰여 있다. 절반이 안 되는 지분으로 연결재무제표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난해 연결 순이익 188억원 가운데 지주회사 주주에게 귀속된 몫은 97억원이고 나머지 91억원은 비지배지분의 것이어서 시가총액 1,273억원을 앞의 숫자로 나누면 6.8배지만 뒤의 숫자로 나누면 13배가 된다.

샘표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20,000 60,000 80,000 2020 2022 2024 2026 47,700 44,25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둔 구간이다. 그사이 회사가 든 자기주식은 86만 332주로 한 주도 움직이지 않았다.

샘표식품은 따로 상장돼 있어 시장이 매긴 몸값이 있고 시가총액 1,067억원의 49.4%면 527억원이다. 지주회사에 붙은 나머지 700억원가량이 사는 것은 차입금 없이 쌓인 순현금 353억원과 취득원가 그대로 장부에 남은 서울 중구의 땅과 건물 202억원, 그리고 비상장 자회사 셋이다. 정작 자회사에서 현금으로 건너오는 돈은 상표 사용료 12억 6,000만원과 배당금 4억 5,000만원이 전부다.

그런데 이 회사 주식은 대부분 시장에 없다. 발행주식 287만 5,800주 가운데 86만 332주, 29.9%를 회사가 자기주식으로 들고 있고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48.44%를 갖고 있다. 손바뀜이 가능한 물량은 62만 주, 시세로 275억원어치다.

자기주식은 2012년과 2022년에 사들인 뒤 한 번도 처분하지 않았다. 이달 14일 낸 반기보고서에는 그 물량마다 소각기한 2027년이라는 칸이 새로 붙었는데 사업보고서를 같은 날 고쳐 낸 사유도 개정 상법의 소각 의무화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보고서 작성일 기준 현재 자기주식의 처분 및 소각 계획은 없습니다"라고 적었는데 발행주식의 3.3%인 40조원어치를 사서 전량 소각하겠다는 SK하이닉스 발표가 나온 것이 그 엿새 뒤다.

자기주식을 빼고 유통주식 201만 5,468주로 다시 세면 시가총액은 892억원이고 자회사 지분을 시장가로 현금과 부동산을 장부가로 더하면 1,234억원, 주당 6만 1,000원이 나온다. 주가 4만 4,250원은 그 72%이고 올해 지급한 배당은 주당 200원, 주당순이익 4,845원의 4%였다. 남은 28%는 86만 332주가 어디로 가느냐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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