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한미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반토막
2분기 영업이익률 51.9%...주가는 최근 1년 순이익의 98배

한미반도체가 5월 15일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은 84억 5,600만원에 머물렀다. 당초 증권가 전망치인 900억에서 1,000억원 수준을 크게 밑돈 성적표였다. 실적 충격에 다음 날 주가는 40만 9,500원에서 28만 8,000원으로 30% 가까이 급락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나온 충격적인 부진이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거둔 것과도 뚜렷하게 대비됐다.
하지만 두 달 뒤 한미반도체는 정반대의 실적을 내놓았다. 7월 14일 공시한 2분기 매출은 2,511억원, 영업이익은 1,30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51.9%까지 뛰어올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열압착 본더 판매가 급증한 덕분이었다. 6세대 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수주가 쏟아졌다. 회사 측은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반도체는 이 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업체다.
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 5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42만 6,000원에서 지금은 22만 9,000원 선에 머물러 있다. 최고가 대비 46%나 떨어진 수준이다.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시장이 우려한 까닭이 명확히 확인된다. 영업이익은 85억원에 머문 반면 순이익은 190억원에 달했다. 재무제표 주석에 반영된 금융수익 170억원 가운데 169억원이 외환거래로 거둔 수익이었다. 본업의 빈자리를 환율 효과가 메운 셈이다.
기업가치를 따져보자. 올 상반기 순이익 1,275억원을 지난해 연간 순이익 2,140억원에서 상반기 순이익 1,194억원을 뺀 금액에 더하면 최근 1년간 순이익은 2,221억원이다. 공시 자료에는 나오지 않는 계산법이다. 시가총액 21조 8,265억원은 이 순이익의 98배에 달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연간 순이익 3,373억원을 그대로 대입해도 65배 수준이다. 유동자산에서 부채 전체를 뺀 3,703억원은 시가총액의 2%에도 못 미친다. 회사의 자산 규모로는 지금의 주가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이 98배의 기업가치를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수급이 먼저 보여준다. 반도체주가 일제히 오르던 8월 14일에도 시장의 큰손들은 SK하이닉스를 사들이고 한미반도체는 내다 팔았다. 같은 호황 국면을 두고 칩 제조사와 장비 공급사의 앞날을 다르게 내다본 것이다. 장비는 공장을 지을 때 팔리고 공장이 완공되면 팔리지 않는다.
현재 주가는 열압착 본더 1위 지위가 몇 년 더 이어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영업이익률 51.9%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을 때나 가능한 이례적인 수치다. 불과 직전 분기 이 회사의 매출은 50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단 한 분기 만에 이익이 15배씩 널뛰는 장비사에 순이익의 98배를 적용한다면 반토막 난 주가도 여전히 후한 평가다. 영업이익률이 40% 밑으로 떨어지는 분기가 한 번이라도 나오면 그때 적용할 배수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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