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로 세상 읽기

농가소득을 밀어 올린 것은 농사가 아니다

역대 최고 5,467만원...10년 증가분 1,745만원 가운데 농업소득 몫은 45만원

리지

농가소득(농가경제조사)2

Illustration by Gemini

경남 논이 쩍쩍 갈라지자 지난 12일 소방차 200대가 밀양으로 몰려갔다. 그 논이 한 해 얼마를 버는지는 석 달 전 농가경제조사에 나와 있었다. 2025년 농가소득은 5,467만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역대 최고 농가소득 달성"이라 알렸다. 하지만 그중 농사를 지어 번 돈은 1,171만원으로, 5분의 1을 겨우 넘는다.

나머지 4,296만원은 전부 농사 밖에서 들어왔다. 다른 일로 번 농외소득이 1,964만원, 보조금과 연금으로 채운 이전소득은 1,990만원에 달한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21.4%에 그쳤고, 이전소득 비중은 36.4%로 더 컸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소득 구조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드러난다. 2015년 3,722만원이던 농가소득이 1,745만원 늘어나는 동안, 농업소득이 보탠 몫은 45만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전소득은 791만원에서 1,990만원으로 불었다. 농가가 10년 새 더 벌게 된 돈의 3분의 2가 여기서 나왔다.

농가소득은 10년 새 1,745만 원 늘었다 (단위=만) 2015년 대비 2025년 농가소득 항목별 증가액. 붉은 막대가 농사로 번 돈이다. 단위는 만 원 연금·수당 등 기타공적보조금829 농외소득470 직불금 등 농업보조금353 농업소득45 비경상소득31 사적보조금17
10년 동안 농가소득은 1,745만원 늘었다. 붉은 막대가 농사로 번 돈이다

농사를 게을리한 탓은 아니다. 농업총수입은 3,365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18.6% 늘었다. 같은 기간 종자와 비료, 사료를 사는 농업경영비는 25.9% 불어 2,821만원이 됐다. 나간 돈이 들어온 돈보다 빨리 불어나면 손에 남는 돈은 줄어든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소득으로 남는 비율은 33.4%에서 29.3%로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이전소득 1,990만원은 농업 정책이 만든 돈인가. 3분의 2가 넘는 1,386만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같은 기타공적보조금이고, 농업보조금은 519만원에 머문다. 10년 새 늘어난 1,199만원 가운데 농업보조금은 353만원에 불과했고, 연금과 수당이 829만원을 채웠다. 농가소득을 여기까지 밀어 올린 힘은 농정 바깥의 노령연금이었다.

물이 닿지 않아 갈라진 그 논으로 돌아가 보자. 논벼 농가의 지난해 농가소득은 3,996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1,471만원 적다. 농사로 번 돈은 773만원인데 이전소득이 2,312만원에 달하니, 쌀로 버는 돈의 세 배를 정부 지원과 연금으로 받는 셈이다. 그 2,312만원 안에서도 직불금은 687만원뿐이고 1,466만원이 연금과 수당이다.

반대편에는 축산이 있다. 소와 돼지값이 돌아오면서 지난해 농업소득만 5,315만원이 남았다. 경지 5~7헥타르를 부치는 농가는 9,752만원을 벌지만, 0.5헥타르가 안 되는 농가는 4,587만원 중 농업소득이 224만원뿐이다. 경영주가 70세를 넘는 농가의 농업소득은 853만원으로 50세 미만 농가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정부도 이 흐름을 숨기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전소득이 9.1% 늘어난 이유로 "공익직불제 지원규모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을 나란히 꼽았다. 지난해 11월 128만 5,000 농가·농업인에게 2조 3,843억원이 지급됐고, 면적직불금 단가는 2020년 제도가 생긴 뒤 처음 올랐다.

농가소득 5,467만원이 말해 주는 것은 소득 안전망이 작동한다는 사실 하나다. 이 숫자를 농정 성적표로 읽는 한, 갈라진 논에 소방차를 보내는 일은 해마다 다시 벌어진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