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이자가 영업이익의 2.7배인 회사, 자사주는 전량 소주회사로

순유동자산 2,052억에 시가총액 1,228억...공장과 자회사 몫은 마이너스 824억

리지

삼성공조2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해 2월 24일 오전, 삼성공조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7.97% 오른 1만 5,950원에 거래됐다. 엔비디아가 국내 액침냉각 협력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돌던 날이다. 창원에서 현대차와 기아, 중장비와 농기계에 라디에이터를 납품하는 1954년 설립된 회사다. 데이터센터와의 접점은 이름 두 글자뿐이었다.

그 라디에이터가 지난해 1,177억원어치 팔렸다. 영업이익은 32억원, 매출의 2.8%다. 그런데 순이익은 72억원으로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다. 차액은 은행에서 나왔다.

지난해 이 회사가 거둔 이자수익은 87억원이다. 라디에이터를 팔아 남긴 32억원의 2.7배다. 유동금융자산 2,052억원을 쌓아두고 부채는 437억원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주라면, 이 회사의 최대 사업부는 조용히 웃고 있을 것이다.

삼성공조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액침냉각 0 10,000 20,000 30,000 2020 2022 2024 2026 10,850 15,380
월봉 종가. 옅은 띠 구간에 엔비디아가 국내 액침냉각 협력사를 찾는다는 소식이 돌았다. 같은 해 이 회사가 라디에이터로 번 영업이익은 32억원, 예금에서 받은 이자는 87억원이다.

지난 14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동자산이 2,489억원이다. 여기서 부채총계를 모두 빼도 2,052억원, 방금 그 금융자산과 같은 액수가 남는다. 발행주식 812만 6,314주로 나누면 주당 2만 5,251원인데 주가는 1만 5,110원이다. 창원의 공장과 토지, 자회사와 합작사 지분을 시장이 마이너스 824억원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공짜로 줘도 안 받겠다는 얘기다.

시장이 왜 이렇게 평가하는지는 회사가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 보면 짐작이 간다. 2022년 이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던 동환산업을 378억원에 현금으로 인수했다. 1979년 삼성공조에서 분사했다가 43년 만에 돌아온 회사이고, 인수 직전 해 매출 351억원에 순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 사명을 바꾼 이 자회사는 별도 재무제표에 395억원으로 계상돼 있고 손상차손누계액은 0원이다. 같은 재무제표에서 태일테크 24억원과 SCC 미터스 49억원은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으니, 손상차손을 반영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은 아니다. 상장주식 보유액도 2024년 말 4억 8,0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5일, 회사는 자기주식 26만 5,548주를 전량 처분했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사유는 이렇다. "지역기업간 상생협력 강화 목적으로 자사주 보유분 265,548주를 주식회사 무학과 교환거래를 통해 처분하였습니다." 소주 제조사와 40억 6,000만원어치를 맞바꿔 지분 3.3%를 넘긴 것이다. 소각했다면 남은 주주의 지분 가치가 3.3% 늘었을 주식이다. 물론 재무 상태가 위태롭지는 않다. 부채비율 14%에 22년 동안 적자는 두 번뿐이었고, 자본은 3년 사이 360억원 늘었다.

다만 그렇게 쌓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환원된 돈은 지난해 6억 5,000만원, 배당성향 9%다. 사업보고서는 "당기말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명문화된 배당정책은 없습니다"라고 명시했다. 삼성공조의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라디에이터가 아니다. 2,052억원을 누가 어떻게 쓸지가 좌우하고, 그 결정권은 지분 52.46%를 쥔 쪽에 있다. 자사주를 교환 대신 소각에 쓰는 날, 824억원짜리 디스카운트는 그날부터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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