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10년째 17조인 회사의 주가가 1년에 두 배가 된 이유
매출 10년째 제자리...붙은 두 배는 데이터센터가 갚을 빚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7조 992억원을 올렸는데, 2014년 매출이 17조 1,638억원이었으니 10년 사이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국민 대부분이 이미 휴대전화를 쓰고 있으니 가입자를 크게 늘릴 여지가 없고, 요금은 정부가 들여다본다. 통신은 그런 사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 주가는 1년 전 54,200원에서 최근 100,500원이 됐다. 85% 올랐고, 6월에는 139,500원까지 갔다. 3년 전 48,050원, 5년 전 51,415원과 견주면 오랫동안 5만원 언저리에 묶여 있던 주가가 지난 1년 사이에만 크게 움직였다. 매출이 멈춘 회사의 몸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손익계산서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순이익은 3,751억원이었다. 2024년 1조 3,871억원의 4분의 1을 겨우 넘는다. 3분기에는 1,66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원인은 그해 4월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다. 회사는 유심 물량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했다. 위약금 면제와 피해 100% 보상을 검토하라는 정부 행정지도도 받았다. 6월에는 판매장려금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388억원도 물었다.
그러니 뛰어오른 주가는 통신 실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회사가 그사이 벌인 일은 다른 쪽에 있다. 지난해 7월 SK 주식회사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넘겨받았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서비스를 사업의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 지금 이 회사의 설명이다. 올해 3월과 5월에는 보유 자기주식을 두 차례 소각했다.
숫자로 보면 시장의 평가는 이렇다. 시가총액 21조 5,864억원은 지난해 순이익의 58배다. 다만 지난해가 사고로 눌린 해였으니 그 배수는 과하게 읽힌다. 사고 전까지 벌던 수준인 최근 9년 평균 순이익 1조 6,029억원으로 나누면 13.5배가 된다.
주가를 밀어 올린 조건도 슬슬 바뀌고 있다. 가계 빚은 2,000조원을 넘어섰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25년 만의 고점에 있다. 배당을 보고 사는 주식에 그리 반가운 환경은 아니다.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376억원으로 사고 직전 분기 수준을 되찾았다. 순이익도 3,164억원이다. 통신 사업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원래 자리가 17조라는 데 있다. 지금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데이터센터가 통신만큼 벌어줘야 한다. 그 사업이 지금 매출의 몇 퍼센트인지는 아직 부문별 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시 평가받을 무대는 그 매출이 17조 옆에 자기 줄로 적히는 반기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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