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에이엔피, 시총 147억인데 거래처 용산 빚만 239억...자체 상환 여력 없다

순자산 191억 중 134억이 비상장 지분 평가익...0.72배는 가정이 빚은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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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엔피2분

Illustration by Gemini

인천 남동공단에서 생산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케피코에, 청주공장에서 제조하는 시트 커버는 기아 좌석용으로 들어간다. 이 두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 영문 사명부터 "AUTOMOBILE & PCB"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시트 커버는 기아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주)용산을 거쳐 납품한다.

가죽과 TPU 원재료까지 용산이 사급으로 공급해 이 사업부는 사실상 1곳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용산은 이 회사 주식 1,631만 535주(34.62%)를 쥐고 있지만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회사가 주주명부에 덧붙인 한 줄에 그 이유가 나온다. "상호보유주식으로 의결권이 없다"는 설명이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용산은 대신 채권자 지위를 확보했다. 연 4.60%의 관계사 차입금 149억원에 지난해 4월 인수한 25회차 전환사채 90억원을 더하면 239억원에 달하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은 147억원에 그친다. 회사 시가총액의 1.6배를 거래처 1곳에 갚아야 하는 형편이다.

전환사채 전환가액은 500원, 전환 가능한 주식은 1,800만 주에 달한다. 그러나 주가는 312원인 데다 액면가가 500원이어서 전환가를 더 낮출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환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는 지난 4월 11일 동시에 시작됐다. 주가가 500원을 넘으면 주식 수가 4,712만 주에서 6,512만 주로 38% 늘어나고, 넘지 못하면 9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지만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7억 7,000만원에 그친다.

자산으로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봐도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6월 말 연결 자본총계 190억 7,000만원 가운데 134억원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곧 시장 가격이 없는 비상장 지분 361억원을 현금흐름할인으로 산정한 장부상 평가이익으로 잡혀 있다. 그 평가에 적용한 5년 평균 매출 증가율 가정은 4.9%에서 43.9%에 달한다. 평가이익을 걷어내면 자본은 57억원으로 줄어들고 시가총액은 그 2.6배가 된다. 주가순자산비율 0.72배는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에 남은 실물은 남동공단의 토지와 건물 201억원이지만,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기계장치 장부가액은 1,100만원으로 감가상각을 마쳤고 그 부동산은 전액 수협은행 차입금 270억원의 담보로 신탁돼 있다.

에이엔피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전환가 500원 아래 2,000 4,000 6,000 2020 2022 2024 2026 4,527 312
월봉 종가. 붉은 띠는 25회차 전환사채의 전환청구와 조기상환청구가 함께 시작된 구간이다. 전환가 500원은 액면가와 같아 더 낮출 수 없다.

본체만 떼어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 14억원을 냈다. 문제는 본사에 얹힌 부담이다. 2022년 물적분할로 세운 PCB 자회사는 자본이 마이너스 366억원에 달하고 연결 영업손익은 13억 5,000만원 적자를 냈다. 21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10년 만에 멈춰 섰고, 30년 국고채 금리는 연 4.75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 주가는 사업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 최대 채권자가 239억원을 당장 회수하지 않아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그 채권자는 지분과 물량, 원재료로 얽혀 있어 지금 상환을 요구할 이유는 없지만 기아 납품 물량이 줄거나 자체 자금난에 몰리면 회수에 나설 이유는 하루아침에 생긴다. 주주는 분기 실적보다 특수관계자 주석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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