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모나리자, 펄프 생산사 APP 품으로...1분기 흑자 전환

휴지 본업보다 보유 자산 가치만 반영된 주가...

리지

모나리자2분

Illustration by Gemini

집집마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 휴지는 제조사를 눈여겨보는 이가 드물다. 모나리자는 바로 이 휴지를 오랜 세월 생산해 온 대표 기업이다. 벨라지오와 부자되는집 화장지, 유아용 물티슈 데이데이비쥬가 이 회사의 간판 브랜드다. 위생용품으로 제품군을 넓혀 2020년에는 KF94 마스크로 미국 식품의약국 등록까지 마쳤다. 마스크를 구하려 약국마다 줄을 서던 그해 2월 주가는 9,79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1,509원으로 최고점 대비 85%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1,275원으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지만 회사의 재무 상태가 부실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거둔 매출 1,240억원은 5년 전 실적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1년 동안 적자는 네 번에 그쳤고 부채비율도 15% 수준이다. 그런데도 순자산 874억원 규모인 회사의 시가총액은 552억원에 머물러 있다.

주가가 주저앉은 배경에는 급감한 이익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40억원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3억 2,000만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는 1년 전보다 68%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회사가 1,000원어치를 팔아 겨우 3원을 남긴 셈이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그 원인으로 환율과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주요 원재료인 펄프 가격과 물류비 등 전반적인 제조원가 상승"을 꼽았다.

이 회사의 원가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설명의 무게가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실제로 지난해 사들인 원재료 375억원 가운데 73%가 펄프이며 전량을 수입에 기댄다. 펄프를 제외한 나머지 27% 원재료는 폐지다. 휴지 제조사의 손익은 결국 펄프 값과 환율에 달려 있다.

이런 원가 구조에서 최대주주가 바뀐 대목은 결정적인 변화다. 10년 넘게 이 회사의 경영권을 보유해 온 모건스탠리 사모펀드가 2024년 6월 지주회사 지분 전부를 글로벌 펄프 생산 기업인 인도네시아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에 4,200억원을 받고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해 경영권 이전 절차를 마쳤다. 세계적인 펄프 생산자가 자사 펄프를 사다 쓰는 휴지 업체의 새 주인이 된 셈이다. 현재 이 회사 이사회에는 APP의 최고재무책임자가 합류해 있다. 원재료의 73%를 대는 쪽과 그것을 쓰는 쪽이 한 식구가 됐다.

모나리자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0 4,000 6,000 8,000 10,000 2020 2022 2024 2026 3,600 1,462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실적 수치에는 이런 변화가 이미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23억원으로 2% 늘었고 영업이익은 3억 3,0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사가 한 분기 만에 작년 한 해 치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원화 가치가 지난달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9.4% 오른 것도 원재료를 달러로 사 오는 이 회사에는 그대로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회사가 4월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내놓은 방안은 원가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는 두 줄에 그쳤다. 지난해 배당은 순이익보다 많은 주당 50원이었다. 남은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쪽에 가깝다. 이익을 늘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주가에는 이 사업이 깔고 앉은 자산 가치만 반영돼 있다. 새 주인이 원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는 아직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