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화장지 회사를 펄프 회사가 샀다
주가가 매긴 것은 화장지 사업 아닌 그 아래 땅

집집마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에는 만든 회사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나리자는 그 물건을 만든다. 벨라지오와 부자되는집, 유아 물티슈 데이데이비쥬가 이 회사 브랜드다. 2020년에는 KF94 마스크로 미국 식품의약국 등록까지 마쳤다. 마스크를 구하려 약국 앞에 줄을 서던 그해 2월, 주가는 9,790원을 찍었다.
지금은 1,509원으로 고점에서 85% 내려왔고, 지난달에는 1,275원으로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주가를 찍었다. 그렇다고 회사가 망가진 것도 아니다. 매출은 지난해 1,240억원으로 5년 전과 비슷하다. 21년 중 적자는 네 번뿐이고, 부채비율은 15%다. 순자산 874억원짜리 회사가 552억원에 거래된다.
주가가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 얇아진 이익이다. 지난해 매출 1,240억원에 영업이익은 3억 2,000만원이었다. 1년 전보다 68% 줄어든 수치다. 1,000원어치를 팔아 3원이 남았다는 뜻이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그 원인으로 환율과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주요 원재료인 펄프 가격 및 물류비 등 전반적인 제조원가 상승"을 들었다.
이 회사의 원가표를 보면 그 문장의 무게가 달라진다. 지난해 사들인 원재료 375억원 가운데 73%가 펄프이고, 전량 수입이다. 나머지 27%는 폐지다. 화장지 회사의 손익은 결국 펄프 값과 환율이 가른다.
그래서 주인이 바뀐 사건이 중요하다. 10년 넘게 이 회사를 쥐고 있던 모건스탠리 사모펀드가 2024년 6월 지주회사 지분 전부를 인도네시아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에 4,200억원을 받고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그 이전이 끝났다. 세계적인 펄프 생산자가 자기 펄프를 사다 쓰는 화장지 회사의 주인이 된 것이다. 지금 이 회사 이사회에는 그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가 앉아 있다. 원가의 73%를 대는 쪽과 그것을 쓰는 쪽이 한 식구가 됐다.
숫자에는 이미 조금씩 나타난다. 올해 1분기 매출은 323억원으로 2% 늘었고, 영업이익은 3억 3,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돌아섰다. 한 분기에 작년 한 해치 영업이익을 벌었다. 원화 가치가 지난달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인 9.4% 오른 것도, 원재료를 달러로 사 오는 이 회사에는 그대로 원가 인하다.
그럼에도 4월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회사가 내놓은 것은 원가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는 두 줄이었다. 지난해 배당은 순이익보다 많은 주당 50원이었다. 남은 이익을 나눠주겠다는 쪽에 가깝다. 이익을 늘려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주가가 매긴 것은 그 사업이 깔고 앉은 자산이다. 새 주인이 원가를 얼마나 낮춰주는지는 아직 주가에 들어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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