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1만 9,960원에 사서 1만 3,061원 돌려받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한가의 함정

SK이노베이션 신주 0.117454주로 교환...2분기 순손실만 1조 3,277억원

리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1년 4월 이틀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 80조 9,017억원이 몰렸다. 그때까지 국내 증시에서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공모주는 없었다.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며 공모가 10만 5,000원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 핵심 소재인 분리막 제조사다.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던 회사가 내년 1월 1일 합병으로 간판을 내린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25일 이사회를 열고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이날 정해진 합병비율은 1 대 0.117454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 1주는 SK이노베이션 신주 0.117454주로 교환돼 내년 1월 18일 상장된다.

발표 다음 날 시장 반응은 합병비율에 따른 손익 계산과 사뭇 달랐다. 26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9.95% 급등하며 상한가인 1만 9,96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로 마감한 종목은 2개뿐이었다. 반면 같은 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 넘게 급락해 11만 1,200원으로 떨어졌고, 합병비율 0.117454를 적용해 환산한 1주당 가치는 1만 3,061원에 그쳤다. 결국 1만 9,960원을 주고 사면 1만 3,061원어치를 돌려받는 불리한 거래에 매수세가 쏠렸다.

회사에 이만한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자산이 남았는지는 반기보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분기 매출은 395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635억원에 달해 손실이 매출을 넘어섰고, 순손실은 1조 3,277억원으로 회사 시가총액 전체에 육박했다. 막대한 손실을 낸 주력 사업 밖의 내막은 재무제표 주석에 적혀 있다. 유형자산 손실이 8,550억원에 달했고 중국 창저우 자회사 매각 결정으로 반영한 평가손실도 5,801억원을 기록했다. 그 여파로 자본은 6개월 만에 2조 6,014억원에서 1조 2,879억원으로 급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합병이 결정된 두 달 100,000 200,000 300,000 2022 2023 2024 2025 2026 149,000 19,96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서 회사는 중국 창저우 자회사를 매각하고 국내 유일 생산공장인 증평공장의 상업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손실을 털어내고 남은 자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상반기 말 유형자산 2조 2,247억원 가운데 1조 9,681억원이 아직 가동도 하지 못하는 폴란드 실롱스크 공장의 건설 중인 자산으로 묶여 있다. 게다가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중국 자회사 보유지분 100%를 매각하고 증평공장 상업 가동 중단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 증평에 있는 국내 유일의 생산공장을 멈춰 세우고 중국 법인을 정리한 뒤 폴란드 공장만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나마 남은 폴란드 공장에는 총 3조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해 이미 2조 9,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니 상한가인 1만 9,960원이라는 주가는 분리막 사업 가치와 거리가 멀다. 합병이 무산되거나 합병비율이 다시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에 투기성 자금이 몰린 탓이다. 하지만 이 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원칙대로 최근 한 달과 일주일, 마지막 날 종가를 평균해 산정했고 양사 이사회 결의까지 마쳤다. 현재 주가가 성립하려면 11월 24일 주주총회가 합병안을 부결시키거나 그전에 SK이노베이션 주가가 53% 급등해 환산 가치가 1만 9,960원에 도달해야 한다. 둘 다 실현되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주가의 대가는 1월 18일 주주들의 계좌에서 냉정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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