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이익 두 배 늘린 대우건설, 반년새 현금 9,316억원 유출

자체 사업 공사비 1조 536억원 증가...PF 신용보강도 4,166억원 늘어

리지

대우건설2

Illustration by Gemini

서울 영등포 신길뉴타운에 이달 푸르지오 하이엔드 단지가 분양에 나섰는데 812가구 가운데 176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같은 달 대우건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는 상반기 영업이익 4,879억원이 실렸는데 1년 전 같은 기간 2,335억원에서 두 배로 늘어난 실적이다. 8,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지난해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반전이다. 회사도 보고서에서 "수익성 높은 자체 사업의 매출 본격화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이익이 실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같은 반년 동안 영업활동으로 회사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9,316억원에 달해 2,209억원이 들어왔던 1년 전 상반기와는 흐름이 정반대다. 장부에 거뒀다고 적은 4,879억원과 실제로 빠져나간 9,316억원 사이에 벌어진 격차만 1조 4,195억원이다.

빠져나간 돈은 재고자산에 묶였다. 지난해 말 2조 4,277억원이던 연결 재고자산이 6월 말 3조 3,152억원으로 불어났다. 늘어난 몫의 대부분은 9,399억원에서 1조 9,935억원으로 반년 만에 두 배를 넘긴 미완성공사 항목이다. 회사가 직접 땅을 사서 짓고 파는 자체 사업의 공사비인 만큼 분양이 끝날 때까지 그 자금은 회사가 부담한다.

보유 현금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1조 8,289억원에서 6월 말 1조 2,151억원으로 감소했고 단기금융상품도 4,346억원에서 2,450억원으로 줄었다. 두 항목을 합친 현금 유동성은 2조 2,635억원에서 1조 4,602억원으로 반년 만에 3분의 1 넘게 줄어든 셈이다. 모자란 자금은 차입으로 충당했고 회사는 보고서에서 미분양과 입주 위험을 "현금흐름 관점에서 통합 관리"한다고 적었다.

보증 부담도 다시 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제공한 신용보강이 지난해 말 1조 7,619억원에서 6월 말 2조 1,785억원으로 불어났다. 정비사업 본PF 보증만 따로 떼어 보면 3,712억원에서 1조 280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기한 안에 준공하지 못하면 대출을 떠안는 책임준공 약정이 걸린 대출잔액 5조 2,933억원과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보증 1조 3,366억원이 빠져 있다. 이 모든 위험을 떠받치는 자본총계는 3조 9,246억원이다. 그러는 사이 이달 10일에도 안산의 공동주택 사업에 4,230억원의 채무보증을 새로 섰다.

대우건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이익과 현금이 갈라진 반년 0 10,000 30,000 40,000 2020 2022 2024 2026 5,920 17,62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 회사는 영업이익 4,879억원을 냈고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현금 9,316억원이 빠져나갔다.

물론 지난해 4분기에 회사는 미분양 대손 5,500억원과 이라크·싱가포르·나이지리아 현장의 원가를 한꺼번에 손실로 털어냈다. 지금 수주잔고는 50조 5,968억원이고 체코 원전 시공도 맡고 있는데 미국이 원전 건설에 나선다는 기대에 어제 국내 원전 관련주가 크게 올랐다. 상반기에는 자기주식 1,012억원어치를 소각하기도 했고 그사이 주가는 1년 전 3,720원에서 17,620원으로 뛰었다.

시가총액 7조 2,402억원은 자본총계의 1.8배이고 최근 9년 평균 순이익 2,089억원으로 따지면 34.7배에 달하는데 통상적인 건설사 배수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주가는 미완성공사에 묶인 1조 9,935억원이 제때 분양으로 돌아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고 그 전제의 성패는 결국 분양률에 달렸다. 팔리지 않은 아파트를 안고 이자를 물기 시작하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처럼 손실을 일시에 털어내야 하는 처지에 다시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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