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두 배 오른 현대건설 주가, 수주잔고 속 원전은 1.3%
표면금리 0% 전환사채 5,000억원 전환가 15만 607원...현재 주가는 19% 밑돌아

2009년 12월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에서 바라카 원전 4기를 수주했다. 온 나라가 환호했다. 현대건설 수주액은 4조 1,480억원으로 이듬해 3월 착공했다. 이번 반기보고서에 실린 바라카 원전 준공 예정일은 바로 다음 달인 2026년 9월 30일이다. 남은 수주잔액은 26억원이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6년 반이 걸렸다.
지난주 현대건설은 원전 사업으로 다시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빌 게이츠가 세운 미국 원전 기업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전(SMR) 최대 8기의 설계·조달·시공 우선권을 따냈다. 1년 전 62,100원이었던 주가는 121,300원으로 껑충 뛰었다. 두 배에 달하는 상승 폭이다. 지난 4월에는 198,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기보고서에 실린 원전 사업 내역을 들여다봤다. 수주 명단에 오른 원전 공사는 준공을 앞둔 바라카와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 2건이 전부다. 신한울 3·4호기는 기본 도급액 1조 6,028억원 가운데 계약 잔액이 1조 3,392억원(83.6%)이고 준공 예정일은 2033년 10월 31일이다. 두 사업의 계약 잔액은 다 합쳐도 전체 연결 수주잔액 103조 9,831억원의 1.3%에 머문다.
나머지 사업은 아직 정식 계약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는 설계 계약 단계이고, 핀란드 신규 원전은 사전 업무 착수 계약에 머물러 있다. 미국에서 따낸 대형 원전 4기 역시 기본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번 테라파워 프로젝트는 8기를 지을 때 우선 협의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에 가깝다. 실제 공사를 맡는 시공 본계약은 단 1건도 없다.
주력 사업 실적은 조용히 돌아서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13조 1,2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5% 줄었지만 감소분은 대부분 주택 부문에서 나왔다. 건축·주택 부문에서 인식한 공사 수익이 8조 3,319억원에서 6조 3,562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307억원에서 4,427억원으로 늘어났다. 100원을 팔아 남긴 매출총이익은 6.5원에서 8원으로 뛰었다. 최근에는 500가구 이하 재개발 인허가 권한을 구청장에게 넘기는 문제를 두고 연일 논란이 뜨겁다. 현대건설도 보고서에서 "인허가, 조합 내부 의사결정, 국가정책, 거시경제 변수"가 착공과 분양 일정을 흔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다른 방식으로 자본을 불렸다. 올해 회계기준을 두 차례 바꿨다. 투자부동산을 원가에서 공정가치로 평가해 자본을 3,233억원 늘렸고, 토지에 재평가 모형을 적용해 세전 4,781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2022년 말 9조 9,243억원이었던 자본은 3년 만인 2025년 말 10조 1,12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1,886억원의 4배를 감정평가서 2장으로 반년 만에 메운 셈이다.
7월 7일 현대건설은 표면금리 0%인 전환사채 5,000억원을 발행했다. 조달 자금 사용처로 해상풍력과 태양광, SMR, 대형 원전 사업을 제시했고 전환가액은 15만 607원으로 확정했다. 주가가 전환가액에 도달하면 시가총액은 16조 7,70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시가총액은 13조 5,075억원이다. 주당순이익 3,320원에 주가 121,300원을 대입한 주가수익비율은 37배다. 일반 건설사에 통용되는 배수가 아니다. 지금 주가는 우선권과 설계가 시공 계약으로 이어지고 그 전환에 바라카처럼 16년이 걸리지는 않는다는 전제에 기대어 있다.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주가수익비율 37배의 기대는 무너지고 아파트를 덜 지어 마진을 지키는 건설사의 현실만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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