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대한광통신, 주가 11배 뛸 때 모은 550억...설비 투자는 6% 그쳐

주문 11배 느는 동안 설비 투자는 조달 자금의 6%

리지

대한광통신1분

Illustration by Gemin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한 동을 짓는 데 들어가는 광케이블이 일반 서버실의 수십 배에 이른다는 설명은 이제 흔하다. 이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탄 종목이 대한광통신이다. 1년 전 1,114원이었던 주가는 지금 13,370원이다. 지난해 3월 398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올해 5월 31,500원을 기록했다.

앞부분은 사실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83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1,394억원의 속도를 앞질렀다. 수출은 537억원으로 상반기 매출의 64.5%에 이른다. 미국 텍사스 현지 법인을 세워 생산능력 항목에 처음 반영했다. 1분기 영업손실도 1년 전 69억원에서 4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주가가 11배 뛰는 사이 회사가 실제로 한 일을 보면 결이 크게 다르다. 올 1월과 2월에 걸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존 주식의 17.8%에 해당하는 신주 2,350만 주로 549억 9,000만원을 확보했다. 공시에 적힌 자금 사용처는 시설자금 35억원, 운영자금 414억 9,000만원, 채무상환 100억원으로 나뉜다.

수요가 폭발한다는 시장에서 주가가 20배 넘게 오른 회사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549억 9,000만원 가운데 6%(35억원)만 설비 투자에 썼다. 나머지는 회사 운영과 빚을 갚는 데 들어갔다.

실적을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 회사는 22년 가운데 16년 동안 적자를 냈고 최근 7년은 내리 적자였다. 7년 동안 쌓인 누적 적자만 2,048억원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1,394억원에 당기순손실 280억원을 냈다. 주문이 늘어도 회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버티기였다.

대한광통신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증자 0 10,000 20,000 30,000 2020 2022 2024 2026 5,816 12,89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유상증자 구간이다. 조달한 550억원 가운데 설비 투자에는 35억원을 썼다.

지금 시가총액은 2조 788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의 15배이자 지난 12년 동안 올린 매출을 전부 더한 것보다 크다. 그동안 연간 500억원 이상을 한 번도 벌어본 적 없는 회사에 시장이 내린 평가다.

고점에서 이미 58% 내려왔지만 지금 주가 역시 앞으로 팔릴 것이라는 기대에 실려 있다. 그 기대가 맞다면 증설 공시에서 먼저 나타나야 한다. 회사가 조달한 자금의 6%만 설비로 보낸 판단은 지금 주가가 믿는 수요보다 회사가 본 수요가 작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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