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세상 읽기
기업 764만 개, 늘어난 3곳 중 2곳은 60대 사장이었다
신생기업은 6년 만에 최저인 92만 개...소멸기업은 79만 개로 역대 최대

지난해 국내에서 활동한 기업은 764만 2,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같은 조사에서 그해 새로 생긴 기업은 92만 2,000개로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문장이 같은 보도자료 앞뒤 면에 나란히 실려 있다.
기업이 가장 많은 해에 창업이 가장 적었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활동기업이 그해 존속한 기업을 모두 센 재고이고 신생기업은 그해 새로 들어온 유입이기 때문이다. 재고가 불어나려면 들어오는 쪽이 커야 할 것 같지만 나가는 쪽이 더 줄어도 재고는 똑같이 불어난다.
그런데 나가는 쪽도 줄지 않았다. 2023년에 문을 닫은 기업은 79만 1,000개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고 소멸률은 10.5%로 4년 만에 다시 올라섰다. 들어오는 쪽은 줄고 나가는 쪽은 늘었는데도 재고는 한 해 동안 10만 3,000개가 더 쌓였다. 계산이 맞으려면 통계표 어딘가에 유독 크게 불어난 항목이 하나 있어야 한다.
대표자 연령을 기준으로 표를 뜯어보면 그 자리가 어디인지 바로 확인된다. 2015년 이후 9년 동안 늘어난 기업은 모두 204만 개다. 이 가운데 137만 개가 60대와 70대 이상 대표자의 몫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로 꼽히는 40대는 같은 기간 3만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새로 창업한 기업 수만 놓고 봐도 40대는 9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 통계가 집계하는 기업은 국가데이터처 정의상 "매출액 또는 상용근로자가 있는 영리기업"이다. 법인이든 개인사업자든 세금 자료에 흔적이 남으면 한 개로 잡히니 우리가 흔히 회사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그물이다. 60대 이상 대표자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87만 개가 부동산업이고 상가나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받는 임대업자가 여기에 들어간다. 더 빠르게 불어난 항목은 따로 있다. 전기·가스·증기 공급업의 60대 이상 대표 기업은 9년 새 4,300개에서 7만 4,000개로 불어났다.
태양광 발전이다. 축사 지붕이나 묵은 논밭에 패널을 얹고 생산한 전기를 팔면 그 역시 기업 한 개로 잡힌다. 이 업종의 신생기업 5년 생존율은 79.1%로 전 산업 평균 36.4%의 두 배를 웃돌며 순위로도 1위다. 전기를 사 갈 곳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라 문을 닫을 일이 드물다고 볼 수 있지만 통계표가 그 이유까지 적어 두지는 않았다. 764만 개라는 사상 최대치는 새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 실제로 두터워진 것은 은퇴한 세대가 임대와 발전으로 만들어 둔 좀처럼 비지 않는 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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