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소설 밖의 하루

7월의 계단에서 세어본 겨울 외투 값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를 빌려...원작에 없는 폭염의 하루

리지

전당포3

Illustration by Gemini

나스타샤가 어깨로 문을 밀고 들어와 식은 차와 검은 빵을 마룻바닥에 내려놓았다. 천장이 낮아 키 큰 사람은 고개를 숙여야 하는 다락방이었다. 노랗게 뜬 벽지가 구석에서 말려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 못에 여름 내내 쓰지 않은 밀짚모자가 걸려 있었다. 창은 손바닥만 해서 열어두어도 들어오는 것은 뜨거운 바람뿐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또 물으셨어요. 방세요."

"들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낡은 외투를 베개 삼아 벤 채였다. "나스타샤, 7월에 겨울 외투가 얼마쯤 하는지 아나."

"그런 걸 왜 물으세요. 지금 입을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묻는 거다."

나스타샤는 빵 접시를 발끝으로 조금 밀어놓고 나갔다. 식은 차에는 파리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7월 초의 페테르부르크는 오후 두 시에 숨이 막혔다. 계단을 내려서자 석회 먼지와 하수구 냄새, 선술집에서 밀려나온 냄새가 한 덩어리로 얼굴을 덮쳤다. 그는 챙이 해진 모자를 눌러쓰고 아무와도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센나야 광장 쪽으로 걸었다. 건초 수레와 소리치는 장사꾼들, 물통을 인 여자들 사이를 지나 사도바야 거리 뒤편의 어느 집 4층까지 올라갔을 때, 앞서 올라간 여자가 전당포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흔쯤 되어 보였다. 이 더위에 두꺼운 것을 팔에 걸치고 있었다. 여우 목깃을 단 겨울 외투였고 목깃의 털은 군데군데 빠져 있었다. 그는 한 층 아래 계단참에 서서 담배를 꺼내는 시늉을 하며 벽에 등을 붙였다. 계단 벽만은 서늘했다.

문이 손바닥만큼 열렸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걸린 채였다.

"2루블."

"작년 겨울에 15루블을 주고 지은 것입니다. 안감도 아직 성합니다."

"작년 겨울에 오셨어야지요." 안쪽 목소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걸 10월까지 내 방에 재워둬야 합니다. 그동안 좀이 슬면 누구 손해입니까. 2루블이오. 이자는 한 달에 10코페이카씩."

"10월에 꼭 찾으러 오겠습니다."

"다들 그러시지요."

문틈으로 마른 손이 나와 외투를 안쪽으로 끌어갔다. 여자는 지폐를 접어 손수건에 싸 넣고 계단을 내려갔다. 라스콜니코프는 그 자리에 남아 벽에 손을 짚었다. 넉 달이면 이자가 40코페이카, 되찾는 데 2루블 40코페이카. 10월에 그만한 돈이 손에 있을 리 없어서 저 외투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문 안쪽 사람도 알았고, 계단을 내려간 여자만 몰랐다.

오후 다섯 시에 그는 헌옷 시장의 노점 앞에 서 있었다. 햇볕에 장대가 달아 있었고 거기 걸린 외투 스무 벌이 젖은 짐승 같은 냄새를 풍겼다. 그 가운데 목깃의 털이 빠진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값을 물었다.

"5루블입니다. 털만 조금 대면 새것이지요."

"4루블에 주시오."

"4루블 50코페이카. 더는 안 됩니다."

그는 사지 않고 돌아섰다. 세 시간 만에 2루블이 4루블 50코페이카가 되어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사도바야 거리의 가게 창 앞에서 그는 걸음을 멈췄다. 솔질을 하고 다린 외투가 안감을 보이며 걸려 있었다. 목깃은 새 털로 갈아 대어 놓았고 단추도 바뀌어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 값을 묻자 점원이 유리를 닦던 손을 멈추고 대답했다.

"9루블입니다. 10월에 오시면 12루블은 부르지요. 지금 사두시는 편이 이득입니다."

"그렇겠군." 그는 모자를 눌러쓰고 나왔다. 문에 달린 종이 등 뒤에서 두 번 울렸다.

운하를 건너는 다리 위에서 그는 주머니를 뒤졌다. 20코페이카가 나왔다. 다리 아래 물은 검고 미지근했다. 서쪽 하늘에 구름이 낮게 깔렸는데도 비는 오지 않았다. 광장으로 되돌아가니 시장은 파장이었고, 여자는 빵집 앞에서 값이 내린 빵을 고르고 있었다. 팔에는 이제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는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그 손에 동전을 쥐여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자기 집 계단을 오르면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20코페이카. 그 여자에게 10월까지 모자란 돈은 7루블인데. 나는 왜 언제나 셈을 다 해놓고 셈에 없는 짓을 하는가.

다락방은 낮 동안 데워진 열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문틈으로 나스타샤가 들여다보았다.

"알아내셨어요? 겨울 외투 값이요."

"2루블이다."

"그것뿐이에요?"

"아니." 그는 낡은 외투를 다시 머리 밑에 밀어 넣고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9루블이기도 하다."


《죄와 벌》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1866년 한 해 동안 잡지 《러시아 메신저》에 열두 번으로 나눠 실은 장편이다. 쓸 무렵 그는 빚에 몰려 있었다. 1864년 초에 세상을 떠난 형 미하일의 가족까지 떠맡은 데다, 출판업자 스텔롭스키와는 그해 11월 1일까지 새 소설을 넘기지 못하면 9년 동안 자기 작품 전부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그에게 내주게 되는 계약을 맺어둔 상태였다. 1865년 11월 그는 그때까지 쓴 원고를 태우고 서술자를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꿔 다시 썼다. 마감 2개를 한꺼번에 안은 그를 도운 사람이 열아홉 살 속기사 안나 스니트키나였다. 그는 기한을 지켰고 안나는 뒤에 그의 아내가 됐다.

첫 부분이 실리자마자 반응이 왔다. 비평가 니콜라이 스트라호프는 그해 러시아 문단의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무대인 센나야 광장 일대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싸고 붐비는 시장이자 이름난 빈민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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