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포병 사거리 계산에 쓰이는 기상 자료...공개 기준 마련 시급
바람 자료를 거꾸로 돌리자 지도에 없던 발사장이 드러나고...전쟁부가 받아간 청구서는 미납
기상청은 매일 정해진 시각에 관측용 풍선을 띄운다. 풍선에 매단 송신기인 라디오존데는 임무를 마치면 그대로 폐기된다. 이 신호를 수신해 지도에 표시하는 아마추어 무선 취미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8년 5월 그 취미 사이트로 연결되는 웹 주소 1개가 등록됐다. 농담에 가까운 우회로였다. 8년이 지난 지금 이 주소로는 각국 국방 당국과 항공 관제탑의 자료 요청이 들어온다.
취미 활동이 군사 정보와 맞닿은 것은 바람 때문이다. 낙하한 존데 궤적에 바람 모델을 역산하면 발사 지점이 정확하게 나온다. 이 계산 하나로 어떤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던 발사 지점들이 지도 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는 같은 바람 자료가 포병의 사거리 계산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취미로 만든 지도가 군 시설을 노출한 꼴이 되자 운영진은 요청이 확인되면 해당 지점을 삭제하기로 했다.
2024년 12월부터 예측 서버에 경보가 잇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특정 주소 1곳에서 매주 예측 요청이 집중됐다. 피침국의 장거리 타격 부대가 바람을 타고 목표까지 도달할 경로를 산출하려 서버를 두드린다는 게 운영진의 판단이었다. 조회 방식과 여러 정황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었다. 확인된 사실은 없었고 상대와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운영자는 서버를 빌려 쓰는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요청 내용은 통상적인 남용 신고와 정반대였다. 해당 계정을 차단하지도 속도를 제한하지도 계약을 해지하지도 말아 달라는 당부였다. 발사 지점이 고스란히 담긴 요청 기록 역시 넘기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접속이 끊기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문장을 클라우드 지원 요청서에 써 넣어야 했다. 대신 예측기를 통째로 내려받아 각자 실행할 수 있는 패키지를 서둘러 만들어 공개했다.
받은편지함 너머에는 국가가 있었다. 2025년에는 미국 전쟁부의 정보보안 담당 부서가 자료를 넘겨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미 공개된 자료였지만 커뮤니티에 돌아올 몫이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대가를 받기로 했다. 청구서를 보냈지만 결제도 회신도 없었다. 어디에 쓰려던 자료인지는 끝내 듣지 못했다. 항공 당국의 한 관제 책임자는 기상 풍선의 관제 주체가 누구인지와 사전 통보 절차를 물어왔다. 그런 주체는 없고 정해진 시각에 올라갔다가 통제 없이 떨어질 뿐이라고 설명해야 했다. 사고조사 당국이 여객기와 충돌한 물체를 찾는다며 특정 시각의 풍선 위치를 문의해 대조해 보니 다른 회사가 띄운 풍선이 유력했다.
제조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위스의 존데 제조사 메테오라보는 "전략적인 이유로 자료도 시료도 주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기상 장비가 조용히 전략 물자로 재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한 번 공개된 자료는 되돌릴 수 없고 무기 전용을 막기도 어렵다. 그런데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열어 둘지를 취미로 서버를 운영하는 개인이 홀로 결정하고 있다. 공개 자료를 내놓는 기관들이 그 기준을 먼저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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