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하림지주, 상장 자회사 지분 1.8조 밑도는 시총 1.2조...양재동 10년 표류·차입금 9.9조 탓

매출 13조 2,149억원...가장 큰 비중은 닭 아닌 배

리지

하림지주2분

Illustration by Gemini

하림이라는 이름은 닭으로 통한다. 마트 냉장고의 닭고기 포장지와 치킨너겟 봉지마다 찍혀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 하림지주가 지난해 거둔 매출 13조 2,149억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해운업이다. 자회사 팬오션이 올 상반기에만 매출 3조 4,226억원을 올렸다. 벌크선으로 철광석과 석탄, 곡물을 실어나르는 해운업체다.

지주회사 시가총액 1조 2,444억원은 연결 자본총계 6조 9,608억원 대비 0.18배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 19조 6,695억원 규모 그룹 지주사가 받아든 시장 평가다.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주회사의 연결 재무제표에는 자회사 자산이 통째로 잡히지만 상당 부분은 다른 주주의 몫이다. 자본총계 6조 9,608억원 가운데 지배주주 지분은 3조 6,201억원이고 나머지 3조 3,406억원은 비지배주주 몫이다. 절반 가까이가 남의 몫이다. 지배주주 순자산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 수준에 그친다.

그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하림지주는 팬오션 주식 2억 9,253만 주(지분 54.72%)를 쥐고 있다. 팬오션 주가 5,710원 기준 지분가치만 1조 6,704억원이다. 여기에 상장사 하림 지분 57.37%의 시장가치 1,657억원을 더한 1조 8,361억원은 지주회사 시가총액의 148%에 달한다. 상장된 두 자회사 지분가치만으로 이미 지주사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나머지 계열사의 가치는 0 이하로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NS쇼핑과 제일사료, 팜스코, 하림산업이 포함돼 있다.

해운업은 지금 순항 중이다. 팬오션은 2분기 매출 1조 9,137억원에 영업이익 1,93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48%와 57% 늘어난 수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에 따라 해상 운임이 뛴 영향이 컸다. 다만 그 1,937억원 가운데 지주회사 주주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54.72%다. 그래서 해운 자회사가 돈을 벌어도 그룹의 주당순이익은 상반기 1,166원으로 1년 전 1,876원보다 떨어졌다. 게다가 원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인 9.4% 올랐다. 운임을 달러로 받아 원화로 환산하는 해운업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림지주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5,000 15,000 20,000 2020 2022 2024 2026 10,550 10,640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가치가 0으로 평가받은 쪽을 살펴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그룹의 차입금은 단기 5조 5,645억원에 장기 4조 3,424억원을 합쳐 9조 9,069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계열사 하림산업이 2016년 4,525억원에 사들인 서울 양재동 부지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그해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지구로 지정했고 서울시는 2024년 2월 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하지만 땅을 산 지 10년이 되도록 아직 건물은 들어서지 못했다.

그러니 이 주가가 가리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은 이 지주회사를 팬오션 지분을 담은 그릇으로만 평가하고 나머지 자회사와 양재동 땅은 빚을 갚는 데 쓰일 담보로 본다. 그 시각을 뒤집으려면 착공과 분양이 나와야 한다. 10년째 나오지 않은 답이 나오기 전까지 이 할인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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