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휴맥스홀딩스, 10월 자회사 휴맥스에 흡수합병...14.6% 주가 할인 득실
10월이면 사라질 주식...남는 질문은 교환비율 하나

2000년대 거실 텔레비전 밑에는 셋톱박스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휴맥스는 셋톱박스를 만들어 유럽 시장에 수출하던 회사였다. 지금은 주차장을 운영하고, 카셰어링 사업을 하며, 전기차 충전기를 만든다. 셋톱박스 제조사가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한 20년이다.
휴맥스그룹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 주가는 현재 4,620원이다. 시가총액은 117억원이다. 2021년 9월 52,534원까지 올랐던 주가와 비교하면 91% 폭락했다. 그런데 휴맥스홀딩스 주식이 오르내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1일 자회사인 휴맥스가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모회사는 소멸한다. 자식이 부모를 삼킨다.
합병 명분은 수긍할 만하다.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따로 상장돼 있으면 같은 사업이 중복 평가돼 대개 지주사 쪽이 할인된다. 휴맥스홀딩스는 공시에서 정부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을 거론하며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은 주식의 시장 유동성을 상실하고 공정한 시장가격에 의한 투자 회수 기회가 차단되는 중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바"라고 밝혔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에서 36개 회사가 새 퇴출 기준에 걸려 한꺼번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으니 단순한 기우로 넘길 수 없다.
실적 지표는 그 다급함을 뒷받침한다. 연결 기준 6년 연속 적자인 데다 지난해 매출 4,007억원에 당기순손실 837억원을 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34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쳤다. 나머지는 투자부동산을 팔아 남긴 343억원, 사용권자산 처분이익 58억원이다. 게다가 346억원 중 지배주주 순이익은 118억원(34.1%)뿐이고, 229억원(66.2%)은 자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휴맥스홀딩스 주가는 교환비율에 달려 있다. 합병비율은 1대 0.9646707이다. 휴맥스홀딩스 1주를 보유하면 휴맥스 0.96주를 받는다. 현재 휴맥스 주가 5,610원에 합병비율을 적용해 받게 될 주식 가치는 5,412원이다. 현재 주가 4,620원은 이보다 14.6% 낮다. 2개월 반을 기다리는 시간에 반영된 할인폭이다.
이 같은 괴리는 공짜가 아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6월 30일 처음 나온 합병 공시는 8월 11일까지 5차례 정정됐다. 발행할 신주 수도 그동안 변경됐다. 휴맥스홀딩스는 자사주 103,286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고, 합병 뒤에는 지주사가 갖고 있던 휴맥스 주식 1,535,273주도 소각한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잣대 자체가 바뀌었다. 휴맥스홀딩스의 다음 분기 실적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해졌다. 10월이면 실적이 휴맥스로 합쳐지는 만큼 남는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2개월 반 뒤 받게 될 0.96주가 지금 치르는 주가보다 나은가. 지금의 답은 14.6% 낫다는 것이고, 그 숫자에는 합병이 예정대로 끝난다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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