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10월에 사라질 주식을 값 매기는 법

10월이면 사라질 주식...남는 질문은 교환비율 하나

리지

휴맥스홀딩스2

Illustration by Gemini

2000년대 거실 텔레비전 밑에는 셋톱박스가 한 대씩 놓여 있었다. 휴맥스는 그 상자를 만들어 유럽에 내다 팔던 회사다. 지금은 주차장을 운영하고 카셰어링을 굴리고 전기차 충전기를 만든다. 셋톱박스 제조사가 모빌리티 기업으로 건너간 20년이었다.

그 그룹의 지주회사 주식은 현재 4,620원이다. 시가총액 117억원. 2021년 9월에는 52,534원이었으니 91% 아래다. 그런데 이 주식은 주가가 오르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1일 자회사인 휴맥스가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모회사는 소멸한다. 자식이 부모를 삼키는 모양이다.

합병의 명분은 수긍할 만하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따로 상장돼 있으면 같은 사업이 이중으로 평가받고 대개 지주사 쪽이 할인된다. 회사는 공시에서 정부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을 거론하며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은 주식의 시장 유동성을 상실하고 공정한 시장가격에 의한 투자 회수 기회가 차단되는 중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바"라고 적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36개 회사가 새 퇴출 기준에 걸려 한꺼번에 관리종목이 됐으니, 지어낸 걱정은 아니다.

휴맥스홀딩스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0 10,000 20,000 30,000 40,000 50,000 2020 2022 2024 2026 19,237 4,480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장부는 그 다급함을 뒷받침한다. 연결 기준으로 6년 연속 적자이고, 지난해 매출 4,007억원에 순손실이 837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에 순이익 346억원으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투자부동산을 팔아 남긴 343억원과 사용권자산 처분이익 58억원이다. 게다가 그 346억원 중 지배주주 몫은 118억원뿐이고 229억원은 자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간다.

그래서 이 주식의 주가는 교환비율에 달려 있다. 합병비율은 1대 0.9646707이다. 휴맥스홀딩스 한 주를 들고 있으면 휴맥스 0.96주를 받는다. 현재 휴맥스 주가는 5,610원이므로 받게 될 몫은 5,412원어치다. 지금 주가 4,620원은 그보다 14.6% 싸다. 두 달 반을 기다리는 시간에 붙은 평가다.

그 틈은 공짜가 아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많이 행사하면 합병이 깨질 수 있다. 6월 30일 처음 나온 합병 공시는 8월 11일까지 다섯 차례 정정됐다. 발행할 신주 수도 그사이 바뀌었다. 회사는 자기주식 103,286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고, 합병 뒤에는 지주회사가 갖고 있던 휴맥스 주식 1,535,273주도 소각한다.

가치를 매길 때 봐야 할 기준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다음 분기 실적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해졌다. 10월이면 그 실적이 휴맥스로 합쳐지는 만큼 남는 질문은 하나다. 두 달 반 뒤 받게 될 0.96주가 지금 치르는 주가보다 나은가. 지금의 답은 14.6% 낫다는 것이고, 그 숫자는 합병이 예정대로 끝난다는 쪽에 매겨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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