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대원화성, 5대1 주식 병합에도 시총 300억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새 상장폐지 기준...3년째 적자 기업에 90일 시한

리지

대원화성2분

Illustration by Gemini

어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상장사 36곳이 무더기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지난달 시행된 새 상장폐지 기준에 따라 종가 1,000원 미만 요건과 시가총액(유가증권시장 300억원) 기준에 30거래일 연속 미달한 기업들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종목의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커 시세조종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제도 도입 배경으로 들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원화성도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원화성은 52년간 인조가죽을 생산해 온 제조사다. 1974년 설립된 뒤 자동차 시트와 소파에 쓰이는 인조가죽을 경기 오산과 베트남 롱탄 공장에서 생산해 왔다. 생산망을 넓히며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에도 현지 법인을 뒀다. 이렇게 올린 지난해 매출은 1,264억원에 달한다. 엄연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다. 본업을 이어가는 만큼 당장 문을 닫을 한계기업은 아니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2021년 가을에는 시가총액이 2,9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손익 성적표는 부진하다. 지난 22년간 11번이나 적자를 냈다. 본업 실적을 보여주는 계속영업 기준으로 최근 3년 손실이 84억, 89억, 4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순이익 35억원은 흑자로 보이지만 오래전 접은 벽지 사업에서 나온 채권 소멸 이익 77억원을 걷어내면 본업은 여전히 적자다. 현금 흐름이 막히자 11월에는 특수관계 투자회사에서 연 7% 이자로 20억원을 차입했다.

새 상장폐지 기준 적용이 다가오자 회사는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6월 공장 부지 자산 재평가 결과를 공시해 장부상 자본을 늘렸고 7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주식 5주를 1주로 병합했다. 그 결과 4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단숨에 2,000원대로 뛰었다. 하지만 이달 초 병합 신주가 거래를 시작하자 거래소는 곧바로 투자유의 안내를 냈다.

주식 병합은 겉보기 주가만 바꿀 뿐 본질적인 기업가치를 높이지는 못한다. 주식 수가 4,125만 주에서 825만 주로 줄면서 주가는 5배로 뛰었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173억원에 그쳤다. 동전주 요건은 피했지만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에는 그대로 걸렸다. 주가를 올려 문패는 바꿔 달았지만 시가총액이라는 대문 크기에 다시 걸린 셈이다.

대원화성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10,000 20,000 30,000 2020 2022 2024 2026 9,475 2,025
월봉 종가. 붉은 점이 최근 가격이다.

이제 퇴출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관리종목에서 벗어나려면 시가총액이 300억원을 넘어야 한다. 그러려면 주가가 지금의 2,095원에서 1.7배 수준인 3,600원선을 되찾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한 내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른다. 장부상 가치만 놓고 보면 주가는 싼 편이다. 자본총계 446억원에 비해 시가총액은 그 40% 수준이고 6월 재평가로 장부상 자본은 더 늘어난다.

종전 기준이었다면 이 회사는 동전주로 시장에서 조용히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 기준이 퇴출 시한을 못 박았다. 자산 가치의 절반이라는 평가는 본업이 흑자를 낼 때 할인 매력으로 통하지만 3년째 적자가 이어질 때는 청산의 예고편에 가깝다. 지금 주가는 90일짜리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그 시간을 채울 실적은 아직 장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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