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진열대에서 밀려난 회사가 진열대를 수출한다

국내 진열대에서 밀려난 이유는 원가 아닌 라벨

리지

더본코리아2

Illustration by Gemini

"소스 공급처를 해외 식품·유통기업에서 외식업체로 확장할 것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가 최근 밝힌 계획이다. 백종원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당을 찾아 김치분말과 양념치킨, 갈비양념 등 11종의 기업용 소스로 만든 메뉴를 선보였다. 태국 기업과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빽다방과 홍콩반점을 비롯해 외식 브랜드 25개를 굴리는 회사가 지금 가장 힘주어 말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최근 나온 반기보고서에서 간편식과 소스를 만드는 유통 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70억 8,000만원이었다. 1년 전 219억 5,000만원에서 68% 줄었다. 같은 기간 31억 1,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00원어치를 팔아 44원을 잃은 셈이다.

회사가 무엇을 잃었는지는 여기서 드러난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1,6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1억원 줄었다. 그중 149억원이 유통 부문 하나에서 빠져나갔다. 가맹점을 상대하는 프랜차이즈 부문은 1,591억원에서 1,526억원으로 4% 줄었을 뿐이다. 매장은 버텼고 진열대가 무너졌다.

더본코리아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표기 논란 10,000 30,000 40,000 2024.11 2025.06 2026.01 2026.08 37,900 19,36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함량·원산지 표기 논란이 이어진 구간이다. 이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무너진 자리와 사고가 난 자리는 일치한다. 2025년 3월 햄 제품의 돼지고기 함량과 일부 음료의 원산지 표기 논란이 이어졌다. 회사는 3월 13일과 19일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문제가 된 것은 마트와 홈쇼핑 진열대에 놓인 상품들이었다. 주가는 그 뒤로 공모가 34,000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 첫 달 64,500원이던 주가는 15,890원으로 주저앉았고, 시가총액은 4,000억원 넘게 지워졌다.

겉보기 실적은 나아졌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년 전 225억원에서 56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총이익은 61억원에서 236억원으로 늘었다.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손실을 내던 사업이 3분의 1로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 파는 규모를 줄여 손실을 깎아낸 것과 많이 팔아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 320원으로 정해진 뒤 동네 식당과 마트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인건비를 들여 매장을 늘리는 방식이 갈수록 부담스러워졌다는 뜻이다. 회사가 공장에서 만들어 병에 담는 사업을 다시 미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다만 국내 진열대에서 밀려난 이유는 원가도 유통망도 아니었다. 라벨에 적힌 것과 내용물이 달랐다는 지적 탓이었다. 이 잣대는 미국이나 태국의 주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 주가에는 그 사업이 해외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실려 있다. 하지만 회사가 내놓은 근거는 대표가 식당 한 곳을 방문했다는 수준에 머문다. 기업가치를 다시 매기려면 소스 매출이 219억원 언저리로 돌아온 분기 실적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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