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더본코리아, 유통 매출 68% 급감에 해외 소스 공급 추진
국내 진열대에서 밀려난 이유...라벨 표기 논란에 흔들린 신뢰

"소스 공급처를 해외 식품·유통기업에서 외식업체로 확장하겠다." 더본코리아가 내놓은 해외 사업 전략이다. 백종원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당을 찾아 김치분말, 양념치킨, 갈비양념 등 기업용 소스 11종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태국 기업과도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빽다방, 홍콩반점 등 외식 브랜드 25개를 거느린 더본코리아가 역점을 두는 새 성장 전략이다.
사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간편식, 소스 판매를 담당하는 유통 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70억 8,000만원에 그쳤다. 1년 전 219억 5,000만원에서 68% 급감했다. 같은 기간 31억 1,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통 부문이 제품 100원어치를 판매할 때마다 44원씩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유통 부문이 입은 타격은 회사 전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1,6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1억원 감소했다. 이 중 149억원이 유통 부문 1곳에서 줄어든 몫이다. 가맹점 중심의 프랜차이즈 부문은 1,591억원에서 1,526억원으로 4% 줄어드는 수준에서 선방했다. 외식 매장은 버텨냈지만 유통 진열대는 크게 흔들렸다.
실적이 꺾인 시점은 표기 논란이 불거진 때와 정확히 맞물린다. 2025년 3월 햄 제품의 돼지고기 함량, 일부 음료의 원산지 표기 논란이 잇달아 터졌다. 회사는 3월 13일과 19일 2차례 사과문을 냈다. 대형마트, 홈쇼핑 매대에 오른 유통 상품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가는 그 뒤로 공모가 34,000원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 첫 달 64,500원에 달했던 주가는 15,890원으로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4,000억원 넘게 사라졌다.
표면적인 성적표는 나아졌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년 전 225억원에서 56억원으로 축소됐다. 매출총이익은 61억원에서 23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적자 사업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외형을 줄여 손실을 덜어낸 것과 제품을 많이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 320원으로 정해진 뒤 골목 식당, 동네 마트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인건비를 들이며 매장을 늘리는 출점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 더본코리아가 공장에서 소스를 생산해 유통하는 사업을 다시 밀어붙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 진열대에서 밀려난 결정타는 신뢰의 훼손이었다. 제품 라벨에 적힌 성분 표기와 실제 내용물이 달라지며 빚어진 불신이 발목을 잡았다. 이 엄격한 잣대는 미국, 태국 주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 주가에는 해당 사업이 해외에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려 있다. 하지만 더본코리아가 내놓은 근거는 대표가 식당 1곳을 찾았다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소스 매출이 219억원 안팎으로 돌아온 분기 실적부터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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