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1년 새 늘어난 시가총액 9,135억원은 쓸 곳이 정해져 있다

땅 팔아 들어올 돈...함평·폴란드에 이미 배정

리지

금호타이어2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 7월 6일 오후 대통령비서실장이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광주 군공항 부지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날 금호타이어 주가는 29.96% 올라 상한가로 마감했다. 타이어 회사가 반도체 구상에 가격제한폭까지 뛴 이유는 하나다. 지난해 5월 불이 나 멈춰 섰던 광주공장 터 41만 5,000㎡가 군공항에서 1.2킬로미터 거리다. 산단 배후에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땅이 사실상 거기뿐이다.

그 땅에 가격표가 붙은 적이 있다. 2019년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컨소시엄이 1조 4,000억원을 써냈으나, 건설경기가 꺾이며 2022년 말 무산됐다. 회사가 전 세계에 보유한 토지의 장부금액은 전부 합쳐 3,893억원이다. 원가모형이라 취득가로 남아 있으니 그 차이가 곧 기대의 크기다. 다만 회사 측은 지금도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은 시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만 말한다. 상업용지로 바뀌지 않으면 1조 4,000억원은 없는 숫자다.

그사이 유럽 쪽 문이 닫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7월 7일 중국산 승용·경트럭용 타이어 반덤핑 관세를 확정해 다음 날부터 부과했다. 금호타이어에 매겨진 세율은 24.4%, 기존 수입관세를 더하면 28.9%다. 한국타이어는 4.3%를 적용받았고 헝가리에 공장이 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 판매 중 중국산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4%로 미리 낮춰뒀다. 금호타이어는 이 비율이 아직 절반이다.

금호타이어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반도체 산단 확정 뒤 2,000 4,000 6,000 10,000 2020 2022 2024 2026 5,300 7,790
월봉 종가. 옅은 띠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 입지가 광주 군공항으로 확정된 뒤의 구간이다. 그동안 회사가 밝힌 함평·폴란드 투자 계획은 1조 5,209억원 그대로다.

상반기 유럽 매출 7,582억원은 전체 2조 5,006억원의 30%다. 절반이 중국산이면 한 해 7,600억원어치에 24.4%포인트가 새로 붙는다. 관세는 운임과 보험료를 포함한 수입가격에 매기므로 실제 부담은 그보다 작다. 상한으로 잡아도 1,800억원대다. 상반기 영업이익 3,293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한 6,600억원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나눗셈은 공시에 없다.

땅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매각 대금은 쓸 곳이 이미 정해져 있다. 함평 신공장 1단계에 6,609억원, 2028년 가동 목표인 폴란드 공장에 8,600억원이 들어간다. 2019년의 매각가를 온전히 받아도 모자란다. 6월 말 차입금은 1조 7,998억원이고 현금성 자산은 7,768억원이다. 부채비율 139%는 고무·플라스틱 업종 평균 73.6%의 두 배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12.2%가 업종 평균 5.13%의 갑절인 것과 같은 비율이다.

주가는 1년 사이 4,960원에서 8,140원이 됐다. 늘어난 시가총액 9,135억원을 실적이 뒷받침하지는 않았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이익이 두 배가 된 것 역시 지난해 화재로 1,313억원을 재해손실로 털어낸 착시일 뿐이다. 9,135억원은 광주 부지 가치에 기댄 몫이다. 그 돈은 용도변경이 나야 생기고, 생기더라도 함평과 폴란드로 나간다. 주주 손에 남는 것은 공장이다. 통상 사령탑이 하룻밤에 바뀌고 유럽의 상계관세 조사도 남았다. 8,140원은 그 공장이 관세를 뚫고 벌어올 이익까지 이미 계산해둔 주가다. 땅을 두 번 센 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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