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매출만큼 손실을 낸 분기, 현금은 411억이 들어왔다

1분기 영업손실 118억은 자기주식 교부...2분기 영업이익 20억으로 복귀

리지

로보티즈2

Illustration by Gemini

이달 1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로봇컨퍼런스에 국내 휴머노이드 업체로는 로보티즈 한 곳이 참가한다. 출품작인 사람 크기 로봇 "AI 사피엔스"의 관절은 전부 자사 부품 다이나믹셀-Q다. 이를 지난해 22만 개 팔아 매출 389억원을 올렸다. 시장은 여기에 시가총액 4조 1,051억원을 매겨두고 있다.

매출 389억원과 시가총액 4조원 사이의 거리를 설명할 숫자가 올해 1분기에 나왔지만 방향은 반대였다. 매출 118억원에 영업손실 118억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 8억원 흑자에서 매출 전체를 고스란히 날린 자리로 내려앉았다.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답은 주식보상이다. 임직원에게 자기주식을 지급하면서 판매관리비 중 급여가 1분기에만 61억원(전년 동기 9억원)으로, 경상개발비가 94억원(전년 동기 28억원)으로 뛰었다. 유입된 현금은 411억원인데 자본이 529억원 늘어 그 차액 118억원이 그대로 비용으로 잡혔다. 회사 금고에서 빠져나간 돈은 없다. 411억원이 들어온 분기에 회계상 손실이 난 셈이다.

로보티즈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고점 46만 4,000원 이후 0 100,000 200,000 400,000 2020 2022 2024 2026 19,476 279,000
월봉 종가. 옅은 띠 구간에 회사는 상반기 매출 272억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은 180억원이었다.

2분기에는 매출 154억원에 영업이익 20억원, 영업이익률 12.9%로 제자리를 찾았다. 상반기 매출도 272억원으로 1년 전 180억원보다 51% 늘었다. 부채가 56억원에 그쳐 유동자산에서 이를 뺀 순유동자산이 2,422억원에 이른다. 본업과 재무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목표치는 더 공격적이다. 액추에이터 출하량을 지난해 22만 개에서 올해 40만~50만 개, 내년 100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600억원을 들인 우즈베키스탄 공장이 10월부터 부분 가동에 들어가 생산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그 청사진을 지금 몸값에 대보는 일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이렇다. 지난해 22만 개로 389억원을 올렸으니 개당 17만 7,000원꼴이다. 100만 개를 같은 값에 팔면 매출은 1,770억원이다. 여기에 2분기 영업이익률 12.9%를 적용하면 영업이익은 228억원, 후하게 20%로 잡아도 354억원에 그친다. 시가총액에서 순유동자산을 뺀 사업가치 3조 8,629억원은 이렇게 넉넉히 잡은 이익 기준으로도 109배에 달한다. 신제품 Q 시리즈 단가가 기존 X 시리즈보다 얼마나 높은지는 공시에 나오지 않는다. 개당 17만 7,000원은 방향을 가늠할 기준일 뿐이다.

코스닥 시장에 다음 텐배거 기대가 쏟아지지만, 현재 주가는 내년 100만 개 달성만을 반영한 수준이 아니다. 100만 개를 훌쩍 넘는 물량을 온전히 독식한다는 가정까지 미리 끌어다 쓴 몸값이다. 이런 평가가 정당화되려면 Q 시리즈 판가가 X 시리즈의 몇 배로 입증되거나 중국 휴머노이드 물량이 단순 계획을 넘어 수주잔고로 확인돼야 한다. 10월 우즈베키스탄 공장 가동과 3분기 실적이 그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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