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53억 적자 낸 클로봇, 덩치 큰 시공사 떠안았다
매출 1원에 클로봇 18.9원, 사들이는 회사 1.02원...유증 발행가는 3만 6,400원에서 2만 600원으로

공항과 병원의 안내 로봇 이면에는 기기를 움직이는 관제 소프트웨어가 있다. 클로봇은 국내 로봇 관제 시장 1위 업체다. 2024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뒤 지난 1월에는 주가가 7만 7,953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가 두산 계열 물류 시공사 1곳을 68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대표는 이번 인수를 놓고 "진정한 풀-밸류체인 파트너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거래에서는 팔리는 회사가 인수 주체보다 덩치가 더 크다.
지난해 클로봇의 연결 매출은 414억원에 그친 반면 인수 대상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은 약 670억원이었다. 확정 수주 잔액도 3,081억원으로 클로봇이 반기보고서에 공시한 잔여 수주 1,524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클로봇의 시가총액은 7,829억원에 이르지만 피인수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대금은 685억원이다. 매출 1원당 책정된 기업가치를 비교하면 클로봇 18.9원, 인수 대상 1.02원으로 같은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기업가치 격차가 18배에 달한다. 클로봇으로선 주가가 뛴 주식을 발행해 싼 회사를 사들이는 것이니 수지맞는 거래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성패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완성도가 가른다는 지적이 로봇 학계에서 나온다. 클로봇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앞세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반기 매출 169억 7,900만원 가운데 로봇을 유통하는 상품 매출이 89억 6,100만원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의 8.34%를 차지했던 솔루션 즉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올 상반기 실적에 전혀 잡히지 않았다.
자회사를 뺀 본체 실적은 2분기에 28억 9,2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총이익 3,837만원, 매출의 1.3%를 거두는 데 그쳤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혀 봐도 78억 4,100만원 매출에 6억 1,800만원을 남겼을 뿐이어서 소프트웨어보다 시공사에 가까운 원가 구조를 보인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3월 정관에 건설업을 명기했고 올 3월에는 기계설비 입찰을 위해 공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감사인이 2년 연속 핵심감사사항으로 꼽은 항목도 공사진행률 산정의 적정성 여부였다.
주가가 6만 3,082원이던 지난해 12월 24일 미등기임원 4명이 20만 8,200주를 장내 매도했다. 그 뒤 회사가 추진한 유상증자는 발행가가 3만 6,400원에서 2만 600원으로 낮아지며 조달액이 2,000억원에서 1,132억원으로 줄었다. 계획에 있던 운영자금 항목은 전액 빠졌고 조달액 전액이 타법인 증권취득자금으로 쓰이게 됐다. 최대주주 측은 배정 물량 91만 7,788주 가운데 10만 8,761주만 청약하기로 했다.
결국 클로봇은 상반기에만 53억 4,000만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상태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시공 조직을 떠안게 됐다. 시가총액 7,829억원은 관제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기대가 반영된 평가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기대 위로 매출총이익률 1%대의 공사 매출이 연 1,000억원 규모로 얹힌다. 사라졌던 라이선스 매출이 장부에 다시 잡히는 날까지 이 주가는 로봇 유통업체 수준으로 평가받아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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