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주가 4.7배 오른 에스피지, 로봇용 정밀감속기는 반기보고서 "기타"에 묶여
로봇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증거...정밀감속기가 "기타"에서 나와야

1년 전 25,350원이던 에스피지 주가는 현재 118,600원이다. 1년 새 4.7배 올랐고 지난 1월에는 165,7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시가총액은 2조 6,302억원으로 급증했다. 정작 인천에 공장을 둔 이 회사는 모터와 감속기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그런데도 주가가 이처럼 뛴 배경은 분명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관절마다 정밀감속기가 들어간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그 기대가 장부에서 어디까지 확인되는지는 이달 14일 나온 반기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회사는 이 보고서에서 상반기 매출을 품목별로 나눠 공시했다. 매출 비중은 모터가 34.6%로 가장 높고 콘덴서와 컨트롤러가 23.2%, 가전과 산업용 브러시리스 모터가 22.0%, 표준 직류 모터가 7.0%다.
하지만 로봇용 정밀감속기는 이 네 품목 어디에도 없다. 남은 13.2%의 "기타" 항목에 함께 묶여 있을 뿐이다. 이 "기타" 항목에는 정밀감속기와 함께 동력용 기어드모터, 모션카메라, 임대료, 연장선, 취부플레이트가 뒤섞여 있다. 회사조차 아직 정밀감속기 매출을 따로 떼어 공시하지 않을 정도라는 뜻이다.
회사의 본업 실적은 그사이 내리막을 탔다. 매출은 2022년 4,405억원을 정점으로 3,938억, 3,885억, 지난해 3,417억원까지 줄었다. 4년 만에 22% 감소한 셈이다. 순이익은 지난해 91억원에 머물렀다. 올 1분기 영업이익 45억원은 1년 전 41억원보다 늘었지만 매출은 933억원에서 808억원으로 줄었다.
지금 주가 배수를 따져보면 계산은 냉정하다. 시가총액 2조 6,302억원은 지난해 순이익의 288배이고 자기자본 2,580억원의 10.2배에 달하며 최근 9년 평균 순이익 112억원으로 나눠도 235배에 이른다. 모터를 팔아 이 시가총액을 뒷받침하려면 두 세기 넘는 시간이 걸린다.
시장의 로봇 열기는 지금 가장 뜨겁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로봇 파트너로 거론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급등하고 있다. 감속기를 만드는 회사가 그 명단에 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할 근거는 장부에서 나온다. 이 회사가 로봇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증거는 정밀감속기가 "기타"에서 벗어나 독립된 항목으로 올라서는 일이다. 그 항목의 비중이 모터를 넘어서야 한다. 반기보고서 품목 표는 여섯 달마다 다시 나온다. 지금 주가는 아직 오지 않은 그 한 줄에 2조원을 미리 반영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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