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수출할 수 없는 물건을 수출한다는 회사
순자산의 1.5배...웃돈 500억원은 전부 우크라이나 몫

포트홀에 바퀴를 빠뜨린 운전자는 시청을 탓하지, 도로를 깐 시공사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아스팔트 포장재 제조사 이름을 아는 이는 더 드물다. SG는 2009년 인천에서 서울아스콘으로 출발해 2018년 아스콘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도로가 이 회사 포장재 위에 깔렸다.
얼마 전 대표 인터뷰가 실렸다. 철강 부산물인 제강슬래그를 섞어 내구성을 다섯 배로 올린 아스콘으로, 연평균 10%씩 늘어나는 도로 보수 비용을 잡겠다고 밝혔다. 화두는 수출,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이었다.
그러나 사업보고서에는 다른 문장이 있다. "아스콘은 제품 특성상 수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뜨거울 때 깔아야 해 배에 실어 나를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국경을 넘는 것은 공장이다. 2023년 말 우크라이나 현지 법인을 세우고 최대 철강사와 슬래그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2월에는 시험포장에도 성공했다. 정관에는 해외 부동산개발업과 해외 영농사업까지 사업목적으로 올려 두었다.
장부는 이야기보다 차갑다. 매출은 2018년 1,42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22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2023년부터 329억, 362억, 25억원의 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90억원에 순손실 100억원이다. 겨울이 비수기라지만 1년 전 같은 기간 매출 143억원보다도 줄었다.
모자란 자금은 밖에서 채운다. 지난달 기존 주식의 37%에 달하는 신주 4,100만 주를 발행해 43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 가운데 100억원의 용도는 타법인 증권 취득이라고 적었다. 장부에는 전환사채와 교환사채가 220억원어치 남아 있다. 자본총계는 1,022억원이고, 부채비율은 120%에 이른다.
주가 1,386원은 상장 직후 최고가 4,234원에서 67% 내려앉은 자리다. 재건 기대에 들썩이며 튀어 오르기도 했으나 1년 전보다 36% 낮다. 그래도 시가총액 1,519억원은 순자산 1,022억원의 1.5배다.
3년째 적자인 본업에 순자산의 1.5배를 쳐주는 셈이니, 웃돈 500억원은 전부 우크라이나 몫이다. 청사진은 시험포장까지 왔지만 실적에는 아직 닿지 않았다. 현실화 여부는 다음 보고서의 해외 매출 한 줄에서 확인된다. 지금 주가는 재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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