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매출의 80%가 한 곳에서 온다

열 배 올랐다 63% 하락...구조는 한 곳도 안 바뀌어

리지

LG이노텍2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 1년 이 회사 주가는 169,100원에서 1,788,000원까지 올랐다가 654,000원으로 내려왔다. 열 배로 뛰었다가 고점에서 63% 빠졌다. 5년 전에는 215,000원, 3년 전에는 270,000원이었다. 길게 보면 오랫동안 2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년 사이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주가를 흔든 건 인공지능 서버용 기판이었다.

기판 사업의 실상은 이달 14일 나온 반기보고서에 드러난다. 상반기 매출은 카메라 모듈을 맡는 광학솔루션이 82.5%를 가져가고,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이 8.5%, 자동차 부품이 9.0%를 나눠 갖는다. 기판 매출은 상반기 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늘기는 했으나 전체의 열두 분의 하나다.

나머지 80%를 떠받치는 것은 카메라 모듈이다. 이 사업의 성격은 같은 보고서 다른 대목에 나온다. 상반기 단일 고객 한 곳에서 올린 매출이 8조 8,415억원으로, 전체의 10%를 넘는다. 같은 기간 광학솔루션 매출이 9조 1,000억원이니 카메라 모듈 사업 전체가 사실상 한 곳에 매여 있는 셈이다. 상위 열 개 고객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86%가 된다.

LG이노텍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고점 이후 0 500,000 1,000,000 1,500,000 2020 2022 2024 2026 130,500 633,00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고점 이후다. 그전 6년은 20만원대에 머물렀다.

그 고객의 행보는 최근 알려진 소식에서 엿보인다. 애플이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 방침을 거스르더라도 중국에서만 쓸 인공지능을 따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부품사의 실적은 고객사의 판매 계획을 따라간다. 덩치가 크다고 남는 게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21조 8,966억원인데 순이익은 3,413억원이었다. 100원을 팔아 1원 60전 남았다. 순이익은 2022년 9,798억원에서 5,652억, 4,493억, 3,413억원으로 3년 내리 줄었다. 매출이 매년 늘어나는 동안 이익만 줄어든 것이다.

물론 최근 실적은 개선됐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953억원으로 1년 전 1,251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고 순이익도 2,291억원이다. 인공지능 수요가 기판 가동률을 끌어올린 결과다.

그래도 지금 시가총액 15조 4,783억원은 최근 1년 순이익의 45배에 달하고, 경기 변동을 감안해 9년 평균 순이익 4,334억원으로 나눠도 36배가 남는다. 열 배까지 갔던 주가가 절반 넘게 빠진 뒤에도 그렇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동안 회사의 구조는 그대로였다. 매출의 80%가 한 고객의 판매 계획에 매여 있고, 새 이야기의 몫은 아직 8.5%다. 이 주식을 다시 평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수요 전망이 아니다. 부문별 매출 비중이 바뀐 표 한 장이다. 그 표는 여섯 달마다 나오고, 이번 것에는 아직 그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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