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배보다 통장이 먼저 식었다
2분기 영업이익 52% 증가에도 순이익은 13% 감소...금융수익 반토막

이란과 미국이 맞붙어 호르무즈 해협이 멈췄고,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를 막았다. 유럽행 선박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간다. 항로가 늘어 선복이 부족해지면 운임이 뛴다. 2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평균 2,337포인트로 1년 전보다 42% 높았다. 해협 안쪽에 6,000명 가까운 선원의 발이 묶인 사이, HMM은 영업이익 3,541억원을 올려 1년 전보다 52% 더 벌었다.
그런데 순이익은 줄었다. 같은 분기 4,1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 적었다. 답은 반기보고서 주석에 있다. 쌓아둔 현금에서 나오던 금융수익이 3,343억원에서 1,305억원으로 반토막 나 영업이익 증가분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본업으로 버는 돈만큼이나 쏠쏠했던 통장 예금 이자가 먼저 식었다.
이자가 이익을 좌우하는 해운사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상반기 이자수익 2,573억원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6,232억원의 40%에 달했다. 지난해 말 자산 33조 5,631억원에 부채는 6조 9,91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다. 유동자산 15조 1,175억원으로 부채를 전부 갚아도 8조 1,256억원이 남는다. 시가총액 21조 3,643억원에서 그만큼을 덜어내면 배와 터미널의 몸값은 13조원 남짓이다. 현금을 이렇게 쟁여둔 곳은 흔치 않다.
그렇다면 13조원은 싼 평가일까. 최근 9년 평균 순이익 2조 1,819억원으로 나누면 6배, 가장 좋았던 한 해를 빼고 계산해도 11배다. 다만 그 평균은 2021년과 2022년이 만든 착시다. 두 해 동안 거둔 순이익만 15조 4,543억원이다. 그 전 다섯 해는 내리 손실만 3조 7,098억원이 쌓였고, 지난 22년 중 9년이 적자였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서 "5월 말부터 성수기가 조기 도래해 운임이 반등했다"고 적었다. 이익을 낸 주체는 시황이라는 자백이다.
홍해가 열리면 희망봉 우회가 끝나고 묶여 있던 선복이 풀린다. 2028년까지 신조선도 계속 쏟아진다. 지금 22,650원은 금고에 매겨진 몸값이다. 그 금고가 새 배를 사는 데 열리는 순간 판정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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