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9조...반도체 호황 속 스마트폰·가전 첫 적자
순현금 뺀 기업가치 1,280조...분기 기준 4.5배, 9년 평균 이익 기준 35배
스마트폰, TV, 냉장고를 만드는 DX 부문이 지난 2분기 8,1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업 부문을 개편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89조 1,9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 전체 2분기 영업이익은 89조 4,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 6,761억원의 19배에 이른다. 2분기 순이익 71조 6,245억원은 삼성전자가 22년 동안 기록한 역대 최대 연간 순이익마저 넘어선다. 상반기 순이익 118조 8,497억원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간 거둔 순이익 총액 390조 5,658억원의 30%에 맞먹는다. 삼성전자가 지난 12년치 순이익의 30%를 불과 반년 만에 벌어들였다.
원가를 줄여 올린 이익이 아니다. 2분기 매출 171조 4,99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3배로 불어났지만 매출원가는 6% 늘어난 52조 1,988억원에 머물렀다. 제품 판매 가격이 급등한 덕이다.
하지만 치솟은 가격은 누군가에게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자기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에서 20%를 넘어섰다. 2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부품 원가는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뛰었고, D램이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을 제치고 가장 비싼 부품 자리에 올랐다. 갤럭시를 파는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 호황은 원가 인상 청구서나 다름없다. 상반기 DX 부문 영업이익률 2.1%는 지난해 연간 6.8%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이제 사실상 D램 기업이 됐다. 상반기 영업이익 146조 7,252억원 가운데 97.4%가 DS 부문에서 나왔고 DX, SDC, 하만을 합친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반기보고서는 모바일 사업이 "2011년 이후 15년간 글로벌 선도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지만 회사 이익에 모바일 사업이 기여하는 바는 미미하다. DS 부문의 영업이익률 68%는 공급사가 셋뿐이기에 가능했던 결실이다. 중국 D램 업체가 설립 때부터 삼성 공정 기술을 노렸다는 법정 증언이 이번 주 나온 것 역시 따지고 보면 그 셋의 과점 울타리를 둘러싼 패권 싸움이다.
그렇다면 기업가치는 어떤가. 시가총액 1,447조원은 2분기 순이익의 20분기 치에 해당한다. 이 속도가 5년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전체를 벌어들이게 된다. 최근 9년 평균 순이익 36조 1,539억원의 40년 치에 이르는 규모다. 주가는 6월 374,500원에서 34% 하락했다. 6월 고점 이후 두 달 사이 분기 영업이익은 57조원에서 89조원으로 늘었다.
주가 247,500원은 이 이익이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책정된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 순현금 167조원을 뺀 기업가치 1,280조원이 지금 분기 속도로는 4.5배, 최근 9년 평균 이익으로는 35배에 이르는 만큼 시장은 D램의 평년 이익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선까지만 가치를 반영한 쪽에 가깝다. 그 평년이 어디인지를 정하는 장기 공급계약 내용은 공시에서 영업비밀로 가려져 있다. 결국 빈자리를 채울 변수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며, 가격이 처음 꺾이는 분기에 이 주가는 지금과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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