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로봇 관절은 아직 팔 곳이 없다

13배짜리 가전 회사 위에 매출조차 없는 로봇

리지

LG전자2

Illustration by Gemini

"향후 수주 확보 수준과 연계하여 양산 체제 구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로봇 관절인 액추에이터 "악시움"을 두고 LG전자가 지난 14일 낸 반기보고서에 적은 문장이다. 경남 창원에서 초도품을 만들어 양산성을 검증하는 단계일 뿐, 납품처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회사 주가는 6월 장중 43만 8,000원까지 올랐다.

1년 전 7만 3,900원이던 이 주식은 열 달 만에 여섯 배로 뛰었다가 7월 장중 14만 1,900원까지 밀렸고 지금은 21만 5,000원에 있다. 그사이 회사에 생긴 일은 엔비디아와 맺은 양해각서, 내년 1분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공개 약속뿐이다. 공장을 늘리거나 계약을 따낸 것도 아니다.

그 양해각서를 맺은 13일, 이 회사가 실제로 돌리기 시작한 것은 브라질 파라나주의 냉장고 공장이다. 연 60만 대 규모다. 실적도 그쪽에서 나왔다. 상반기 매출 47조 5,537억원에 영업이익 3조 2,528억원, 주당순이익 8,255원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조 4,784억원을 반년 만에 넘겼다.

LG전자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여섯 배와 되돌림 0 100,000 300,000 2020 2022 2024 2026 71,000 208,000
월봉 종가. 6월 장중 고가는 43만 8,000원이었다. 붉은 띠 구간에 로봇에서 나온 매출은 공시에 한 줄도 잡히지 않는다.

늘어난 1조 3,543억원을 뜯어보면 로봇은 없다. TV와 모니터를 파는 MS부문이 1,868억원 적자에서 5,912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7,780억원을,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로 4,046억원을 보탰다. 둘의 비중이 87%다. 정작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ES부문은 6,572억원에서 4,843억원으로 이익이 26% 줄었다. 여기에 미국 관세 환급에 따른 일회성 이익 3,000억원가량이 섞여 있다.

반년치 실적을 두 배로 늘리는 셈법은 이 회사에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상반기 1조 8,985억원을 벌었지만 연간은 2조 4,784억원에 그쳤다. 하반기 몫이 5,799억원에 불과했고, 4분기만 떼면 영업손실 1,090억원에 순손실 7,259억원을 냈다. 그 전해 4분기에도 순손실 7,137억원이 났다. 두 해 연속 연말에 이익을 반납했다.

체력도 업종 평균에 못 미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4.98%, 부채비율은 47.09%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치이긴 하다. LG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6.8%이고 6월 말 부채비율은 131%다. 100원을 팔아 7원도 못 남기는 회사가 자기 자본의 1.3배를 빚으로 지고 있다.

지금 주가는 두 회사를 겹쳐 놓은 결과다. 반년에 번 8,255원을 그대로 연으로 늘리면 1만 6,510원, 21만 5,000원은 13배다. 그 13배짜리 가전·TV 사업 위에 매출조차 잡히지 않은 로봇 사업이 얹혀 있다. 본업은 4분기마다 이익을 반납하니 13배도 온전한 배수가 아니다. 43만 8,000원이 무리였던 만큼 21만 5,000원도 근거가 단단하지 않다. 로봇으로 주가를 다시 매기려면 수주 공시가 필요하다. 아직 한 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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