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중간상의 호황은 누구의 것인가
늘어난 마진의 80%는 시황 몫...회사가 잘해서가 아니야

유통업체 디스카운트에는 근거가 있다 그 눈으로 보아도 이번 분기는 놀랍다 다만 늘어난 마진의 80%는 시황의 몫 문제는 그 마진이 누구 것으로 남느냐
시장이 유통업체에 박한 데는 근거가 있다. 미래반도체는 1996년 삼성전자 출신들이 세워 곧바로 반도체 대리점으로 등록된 회사다. D램과 낸드, SSD를 받아다 200여 곳에 되파는 중간상이고, 상위 10곳이 매출의 81%를 차지한다. 자체 기술로 만드는 제품이 없으니 마진은 얇다. 2024년 매출 4,876억원에 순이익 60억원, 이익률 1.2%였다. 매출은 메모리 가격이 정하고 물량은 삼성전자가 정한다. 이런 사업에 시장이 높은 배수를 주지 않는 것은 여러 번 겪고 배운 결과다.
그 눈으로 보아도 올해 1분기는 놀랍다. 매출 3,405억원에 영업이익 322억원, 순이익 234억원. 한 분기 매출이 2024년 연간의 70%에 이르고 순이익률은 6.9%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제품으로 라인을 옮기며 구형 메모리 품귀가 빚어졌다. D램 값이 폭등한 시황이 유통 단계까지 밀고 들어온 결과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 값이 앉은자리에서 오르는 국면에서는 중간상이 가장 빠르게 돈을 번다.
하지만 늘어난 마진을 쪼개보면 주인이 따로 있다. 이 회사의 평상시 이익률은 1%대다. 1분기(6.9%)와의 격차인 5%포인트 남짓은 시황이 얹어준 몫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34억원 가운데 180억원가량이 품귀 덕에 들어왔다는 계산이다. 호황이 만든 이익과 회사가 만든 이익은 장부에서 같은 줄에 적히지만 지속성은 전혀 다르다.
주가는 이런 구분 없이 움직였다. 지난해 4월 9,100원이던 주가는 올해 5월 4만 7,850원까지 다섯 배로 뛰었다. 지난달 창신메모리 상장과 함께 반도체주가 흔들릴 때 같이 꺾여 지금은 1만 8,680원이다. 고점에서 61% 내려왔지만 여전히 저점의 두 배 위다.
시가총액 2,697억원을 어느 이익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이 주식은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1분기 순이익이 네 분기 이어진다는 가정이면 3배가 안 된다. 최근 아홉 해 평균 순이익 75억원이 정상이면 36배다. 열두 배에 달하는 격차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 그 위치는 메모리 가격이 정한다.
이치를 따지면 이렇다. 시장이 유통업체를 박하게 보던 배경, 곧 가격도 물량도 남이 정한다는 구조는 호황에도 그대로다. 바뀐 것은 남이 정한 가격의 방향뿐이다. 올라갈 때 중간상을 가장 빨리 데워준 구조는 내려올 때 가장 차갑게 식힌다. 지금 이 주식을 사는 사람은 D램 가격 방향에 다섯 배로 압축된 베팅을 하는 셈이다. 그 사실을 아는 한에서만 이 주가는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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