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서흥,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고점 절반 밑돌아
하드캡슐 세계 3위...주가는 2023년에 데인 기억에 매여

오늘 아침 감기약이든 유산균이든 캡슐을 삼켰다면 그 껍데기는 십중팔구 한 회사가 만든 것이다. 서흥은 1973년부터 캡슐을 만들어 국내 하드캡슐의 95%를 공급하며 세계에서도 3위(점유율 8%)에 올라 있다. 충북 오송 공장의 기계 99대는 연간 최대 545억 개를 생산한다. 캡슐 한 알 값은 증권가 추산 5원 안팎이다.
서흥이 최근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상반기 매출은 4,1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지난해 거둔 연매출 7,223억원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그런데 주가는 27,300원으로 2020년 8월 고점 60,300원의 절반을 밑돈다. 시가총액 3,158억원은 최근 12개월 순이익의 7배에 머문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회사가 받는 이런 평가는 실체 있는 홀대인가.
홀대에는 사연이 있다. 코로나 시절 건강기능식품 특수로 순이익이 593억원까지 불어났고 주가는 6만원을 돌파했다. 붐이 꺼진 2023년 관련 매출은 분기 기준 32% 줄었다. 오른 원재료 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순이익은 89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당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캡슐 부문 마진이 14.3%에서 4.8%로 하락한 배경을 두고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주가는 2024년 12월 11,920원까지 밀리며 고점의 5분의 1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지금 실적은 회복을 넘어 신기록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한때 3.7원까지 떨어졌던 하드캡슐 판매단가는 5원 선으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2억원은 1년 전 116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0.5%로 위기 전 수준을 되찾았다.
이 사업의 특성도 기업가치를 따질 때 함께 살펴봐야 한다. 약 한 통 값에서 캡슐 5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제약사가 그 비용을 아끼겠다고 식약처 인증까지 받은 공급사를 바꿀 이유가 없다. 지난 22년 동안 적자는 단 한 번뿐이었다. 다만 연결 순이익 전체가 지배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순이익 311억원 가운데 지배주주 순이익은 255억원(82.0%)이고 나머지는 젤라틴 자회사 등 외부 주주에게 돌아간다.
마침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바이오와 뷰티로 이동하느냐가 최근 증시의 화두다. 그 순환매 후보 명단에도 서흥의 이름은 빠져 있다. 경기를 덜 타는 9년 평균 순이익 367억원으로 계산해도 시가총액은 8.6배에 머문다.
지금 주가는 2023년의 재연을 상정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에 다시 데이고 건강기능식품이 다시 꺾이는 시나리오가 절반쯤 주가에 반영돼 있다. 이러한 우려가 들어맞을지는 원재료 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가격 결정력에서 판가름 난다. 상반기 실적은 비관론을 반박하는 쪽에 힘을 싣는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위기 수준으로 평가받는 기업가치. 지금 주가에는 실적이 개선된 현실보다 과거 한 번 데였던 기억이 더 짙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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