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국산 비만약 앞둔 한미약품, 영업이익 61%가 계약금

기술수출 제외하면 상반기 영업이익 38% 감소...주가는 1년 새 78% 상승

리지

한미약품2분34점

Illustration by Gemini

"연구시작일 2006년." 한미약품 반기보고서 연구개발 현황표의 비만·대사 부문 맨 윗줄에 적힌 기록이다. 이르면 10월 국내 품목허가를 앞둔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개발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지난 20년 사이 이 약은 한 차례 수출됐다가 되돌아왔다. 2015년 11월 프랑스 사노피에 당뇨 신약 3종을 기술수출하며 그해 매출은 7,613억원에서 1조 3,175억원으로 증가했고 순이익도 433억원에서 1,621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듬해 매출은 8,827억원, 순이익은 303억원으로 급감했다. 일회성 계약금이 빠지자 회사의 본래 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미약품은 2020년 6월 사노피로부터 권리를 반환받았지만 이미 수령한 2억 유로는 반환 의무가 없었다. 그렇게 돌아온 후보물질이 현재 위고비·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 국산 1호 비만약으로 허가를 앞두고 있다.

주가에는 이런 기대가 이미 선반영돼 있다. 1년 전 30만 3,000원이던 주가는 54만원으로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6조 9,179억원에 달해 최근 12개월 주당순이익 13,235원의 41배 수준이다. 국내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7,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돌파가 유력하지만 회사는 수입약의 절반 이하 가격을 책정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이 그 시장의 1년 매출 전체를 홀로 독식하더라도 현재 시가총액의 7분의 1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을 뜯어보면 내막은 사뭇 다르다. 연결 영업이익은 1,847억원으로 1년 전 1,195억원보다 55% 늘었지만 그 증가분을 기술수출 수익 1,129억원이 차지했다. 지난 5월 31일 마운자로 판매사인 미국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단장증후군 치료제 계약에 따른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7,500만달러를 일시에 수익으로 인식한 덕분이다. 이 계약 1건을 제외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718억원으로 1년 전 1,158억원보다 38% 적다. 계약금이 반영된 2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영업이익 1,311억원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본업 이익은 183억원에 불과해 1년 전 582억원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한미약품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계약금 한 건 200,000 300,000 400,000 500,000 600,000 2020 2022 2024 2026 447,104 540,000
월봉 종가. 붉은 띠 안에서 체결된 기술수출 계약 한 건이 상반기 영업이익 1,847억원의 61%를 차지했다.

본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제품 매출이 6,880억원에서 6,432억원으로 줄었고 어린이 정장제와 진해거담제를 파는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의 매출도 1,831억원에서 1,671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경상개발비는 895억원에서 1,092억원으로 늘었고 판매비와관리비는 2,094억원에서 2,266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이달 1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면서 인하분은 10월부터 적용된다. 국내 매출의 94%가 처방의약품인 한미약품에 10월은 신약 허가와 약가 인하가 동시에 닥치는 시기다.

한미약품은 반기보고서에 "다수의 기술수출 성과를 통해 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해 왔습니다"라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 이익 구조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현재 41배에 달하는 기업가치 평가는 10월의 허가증을 넘어선 그다음 기술수출 계약금을 기대하고 있지만 계약금 유입에는 정해진 일정표가 없다. 기술수출 계약이 없는 분기에도 본업 영업이익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가 현재 주가를 뒷받침하는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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