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평균 물가는 아무의 물가도 아니다
2020년 이후 통신 2% 상승...유치원 납입금은 60% 하락

올해 4월 유치원 납입금이 1년 만에 41.4% 줄어든 것을 두고 교육부는 "무상보육 확대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5세부터 시작한 무상교육이 올해 4세까지 확대됐고 내년에는 3세까지 이어진다.
유치원 납입금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크다. 2020년 100이던 유치원 납입금 지수는 지난 7월 39.71로 내려앉았다. 6년 반 동안 60.29% 하락했다는 뜻이지만, 유치원이 받는 원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물가지수는 가계가 실제로 부담하는 지출을 반영한다. 국가가 대신 내는 몫이 늘면 지수에는 하락으로 잡힌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부담 주체만 바뀌었다.
같은 표의 맨 윗줄 총지수 칸에 적힌 숫자는 119.77이다. 6년 반 동안 물가가 19.77% 올랐다는 뜻으로 뉴스에서 전하는 물가 역시 대개 이 총지수를 가리킨다.
한 칸만 내려가도 사정은 사뭇 다르다. 12개 지출목적별 항목 중 가장 많이 오른 기타 상품·서비스는 30.44% 상승했고, 가장 적게 오른 통신은 2.01% 올랐다. 같은 6년 반 동안 나타난 결과다. 품목 단위로 내려가면 격차는 더 커진다. 보험서비스료가 115.81%, 저장장치가 112.06%, 귤이 110.53%, 등유가 84.08% 올랐다.
상승률 맨 위에 오른 보험서비스료의 급등 배경은 분명하다. 올해 실손의료보험료는 평균 7.8% 올랐고, 4세대 실손보험은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47.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으로 50대 가입자가 매년 통신 요금 1개월치씩을 더 부담하게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신 요금은 지수의 반대쪽 끝에 놓여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저가 요금제를 내놓고, 정부가 알뜰폰 도매대가를 1~3%포인트 내리는 조치가 겹치면서 통신은 6년 반 동안 2.01% 오르는 데 머물렀다. 보험서비스료가 2배가 되는 동안 통신비는 변동이 없었고, 두 품목은 하나의 평균 안에 함께 묶여 있다.
이 괴리는 지표를 받아들이는 체감 단계에서 실질적인 왜곡을 낳는다. 재정으로 눌러둔 품목이 지수를 끌어내리면, 나머지가 아무리 뛰어도 전체 숫자는 안정돼 보인다. 7월 총지수는 19.77%였지만,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료품·비주류음료는 26.94%였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숙박은 28.61%였다.
평균이 틀린 숫자는 아니다. 다만 모두의 물가이기에 누구의 물가도 아니다. 휴대전화 요금과 담뱃값이 지출의 대부분인 사람의 6년 반과, 외식과 장보기가 대부분인 사람의 6년 반은 5배 넘게 차이 난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고 묻는다면 표를 한 칸 더 열어 자기 장바구니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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