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사교육비 총액 줄었지만...참여 학생 1인당 지출은 역대 최대
사교육비 총액 5.7% 감소...참여 학생 1인당 60만 4,000원 사상 최고

지난 3월 정부가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5,3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 6,569억원(5.7%)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은 2020년을 제외하면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가계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올 법도 하지만 정부 발표 자료에는 정반대의 실상을 보여주는 숫자가 함께 실렸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지출액은 월 60만 4,000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 오른 금액으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다.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지출이 일제히 늘었다. 초등학교 51만 2,000원, 중학교 63만 2,000원, 고등학교 79만 3,000원으로 모든 학교급에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총액 1조 6,569억원은 어디에서 줄어든 것일까.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가 502만 명으로 2.3% 줄어든 데다 사교육 참여율도 80.0%에서 75.7%로 4.3%포인트 떨어졌다. 사교육 시장을 떠난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흔히 인용되는 전체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45만 8,000원으로 3.5% 줄어든 통계 역시 떨어진 참여율이 반영된 착시다.
어느 계층이 시장을 떠났는지는 가구 소득 구간별 통계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만 5,000원에서 19만 2,000원으로 6.6% 줄었고 300~400만원 구간은 11.1%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감소폭이 줄어들다가 월 소득 1,000만원 이상 구간에서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구간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72만 5,000원에서 72만 8,000원으로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 흐름도 마찬가지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는 5.3%포인트 떨어진 반면 1,000만원 이상 가구는 2.0%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평균이 보여준 3.5% 감소 효과 역시 실제보다 축소된 수치다. 조사 대상 가구 가운데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 비중이 26.2%에서 29.0%로 늘어난 탓이다. 2024년 가구 소득 구성을 그대로 두고 구간별 지출만 지난해 값으로 대입해 평균을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전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4만 9,000원으로 5.3%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득층 표본이 늘어난 착시로 평균 감소세가 가려졌다는 뜻이지만 이 분석은 정부 발표 자료에 빠져 있다.
"사교육비 감소의 원인은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다." 발표 당일 교육부 관계자가 내놓은 설명이다. 교육부는 늘봄학교(초등 돌봄·방과 후 학교) 확대와 EBS 콘텐츠 강화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는 늘봄학교가 사교육을 실제로 대신한 것인지 따로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 것과 가계가 버티지 못해 손을 뗀 것은 통계에는 똑같이 참여율 하락으로 잡힌다. 하지만 둘을 구별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학교가 사교육을 대신했다면 사교육에 남은 학생의 지출도 줄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가 보여준 실상은 딴판이었다. 저소득층은 사교육을 포기해 시장을 떠났고 남은 계층은 돈을 더 썼다. 사교육비 총액 5.7% 감소는 거기서 밀려난 이들이 남긴 뼈아픈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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