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로 세상 읽기

평균 45만 2,000원은 부은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수급자 476만 명 중 30년 넘게 부은 사람 3만 7,590명

리지

가입기간별 수급 현황2

Illustration by Gemini

"현재 수급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수급금액이 높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연금통계를 내놓으면서 담당자가 덧붙인 설명이다. 오래 부은 사람이 많이 받는 제도이니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거꾸로다. 국민연금이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지금 여든인 사람은 제도가 생겼을 때 이미 마흔이 넘어 있었다.

그 사정이 그대로 담긴 표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있다. "가입기간별 수급 현황"이다. 2023년 국민연금을 받은 사람은 476만 210명이고, 이들이 국민연금으로 받은 돈은 월평균 45만 2,000원이다. 연금 이야기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이 한 줄이다.

같은 표를 가입기간으로 쪼개면 45만 2,000원이 무엇을 덮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10년에서 20년을 부은 사람이 239만 2,160명으로 전체의 50.3%이고, 이들이 받는 돈은 42만 9,000원이다. 10년을 겨우 채운 축에 드는 101만 6,490명은 21만원을 받는다. 평균이라는 값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구간 바로 위에 얹혀 있다.

가입기간별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 (단위=만) 2023년, 국민연금 수급자 476만 명. 붉은 선이 전체 평균이다. 단위는 만 원 2110년 미만 42.910~20년 98.620~30년 143.830년 이상 28.5기타 전체 평균 45.2만 원
가입기간별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 붉은 점선이 전체 평균이다. 평균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구간 바로 위에 얹혀 있다.

위쪽은 사정이 다르다. 20년에서 30년을 부은 69만 2,920명은 98만 6,000원을 받고, 30년 넘게 부은 사람은 143만 8,000원을 받는다. 다만 그 30년 이상은 3만 7,590명, 476만 명의 0.79%에 지나지 않는다. 월 100만원 넘는 구간에 있는 사람을 다 합쳐도 73만 510명, 15.3%에 그친다.

개혁 논의의 숫자가 여기에 걸린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린다는 말은 40년을 꼬박 부은 사람을 놓고 하는 계산이다. 그런데 새로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의 평균 가입기간은 237개월, 19년 9개월이다. 기준의 절반을 부은 사람에게 기준의 숫자를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같은 해 직역연금을 받은 56만 6,240명은 월 266만 2,000원을 받았다. 국민연금의 5.9배다. 그나마 좁혀진 것이 이 정도다. 2016년에는 국민연금이 29만 7,000원, 직역연금이 233만 2,000원으로 7.85배였다. 일곱 해 사이 국민연금은 52.2% 올랐고 직역연금은 14.2% 올랐다. 표에 없는 계산이라 직접 나눠봤다. 다만 오래 부은 사람이 이제야 받을 나이에 닿기 시작해서 좁혀졌다. 국민연금이 후해진 결과가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90.9%가 연금을 하나 이상 받는다. 수급률만 보면 거의 전부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다 합쳐 손에 쥐는 돈은 월 69만 5,000원이고, 같은 해 은퇴연령층 빈곤율은 39.8%였다.

45만 2,000원은 부은 기간이 짧아서 나온 숫자다. 표가 말하는 것은 하나다. 476만 명 가운데 제도가 상정한 만큼 부은 사람이 3만 7,590명이라는 것. 요율을 몇 퍼센트 올릴지 다투는 동안 나머지의 빈 기간은 아무도 채워주지 않는다. 고칠 것은 그 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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