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40년 납부" 전제한 연금개혁...신규 수급자 평균 가입은 19년 9개월
수급자 476만 명 중 30년 넘게 납입한 사람 3만 7,590명

"현재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수령액이 높은 특징을 보입니다." 통계청 관계자가 연금 통계를 발표하며 덧붙인 설명이다. 보험료를 오래 납부한 사람이 더 많이 받는 제도 특성상 나이가 많을수록 수령액도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연금 제도가 1988년에야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금 80세인 사람은 제도가 도입됐을 때 이미 마흔을 넘긴 나이였다.
이런 사정은 국가통계포털 통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가입 기간별 수급 현황"이다. 2023년 국민연금 수급자는 476만 210명, 이들이 받은 연금은 월평균 45만 2,000원이다. 연금 개혁 논의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숫자가 바로 이 한 줄이다.
같은 통계를 가입 기간별로 살펴보면 45만 2,000원이라는 평균이 무엇을 가리고 있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10년에서 20년을 납입한 수급자가 239만 2,160명으로 전체의 50.3%에 달하지만 이들이 받는 돈은 42만 9,000원이다. 특히 10년을 겨우 채운 101만 6,490명이 받는 돈은 21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평균이라는 숫자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저액 구간 바로 위에 얹혀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입 기간이 긴 상위 구간은 사정이 다르다. 20년에서 30년을 납입한 69만 2,920명은 98만 6,000원, 30년 넘게 납입한 사람은 143만 8,000원을 받는다. 다만 30년 이상 납입한 사람은 3만 7,590명으로 476만 명의 0.79%에 지나지 않는다. 월 100만원 넘는 구간에 있는 사람을 모두 합쳐도 73만 510명으로 전체의 15.3%에 그친다.
연금 개혁 논의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린다는 방안은 40년을 꼬박 납입한 사람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그런데 새로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의 평균 가입 기간은 237개월, 즉 19년 9개월에 불과하다. 기준의 절반을 채운 사람에게 비현실적인 기준 수치를 들이대는 격이다.
같은 해 직역연금을 받은 56만 6,240명은 월 266만 2,000원을 받았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의 5.9배에 달한다. 그나마 격차가 좁혀진 결과가 이 정도다. 2016년에는 국민연금이 29만 7,000원, 직역연금이 233만 2,000원으로 격차가 7.85배였다. 7년 사이 국민연금은 52.2%, 직역연금은 14.2% 올랐다. 공식 통계에 없는 수치라 직접 계산해 본 값이다. 다만 오래 납입한 사람이 이제야 수급 연령에 진입하면서 격차가 좁혀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급여 혜택이 확대된 덕이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90.9%가 연금을 하나 이상 받는다. 수급률만 보면 거의 전체에 가깝다. 그런데 이들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다 합쳐 실제로 받는 돈은 월 69만 5,000원이었고 같은 해 은퇴 연령층 빈곤율은 39.8%였다.
45만 2,000원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짧아서 빚어진 착시다.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명확하다. 476만 명 가운데 제도가 상정한 만큼 납입한 사람은 3만 7,590명에 불과하다. 보험료율을 몇 퍼센트 올릴지 다투는 사이 나머지의 빈 기간은 아무도 채워주지 않는다. 진짜 고쳐야 할 대목은 바로 그 공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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