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로 세상 읽기

자산은 44.9배 벌어졌는데 빚은 8.2배다

아래쪽 20%...가진 것의 70.9%가 남의 돈

리지

순자산5분위별 가계재무건전성1

Illustration by Gemini

"5억 6,678만원." 통계청이 해마다 내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하나의 평균 자산으로 적어둔 값이다. 신문에 나오는 "한국 가구의 평균"은 대개 이 한 줄이고, 이 숫자만 보면 우리는 꽤 가진 사회처럼 보인다.

이 조사는 가구를 순자산 순서로 다섯 무리로 나눠 따로 세어두기도 한다. 그 표를 열면 평균이라는 말이 무엇을 덮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위쪽 20%의 가구당 평균 자산 17억 4,590만원은 아래쪽 20%의 3,890만원을 44.9배로 넘어선다.

격차 자체보다 눈에 띄는 것은 벌어지는 속도다. 2020년에 이 배수는 36.7배였다. 다섯 해 만에 44.9배가 됐고, 지난 한 해에만 42.1배에서 44.9배로 움직였다. 우리나라 가구 자산의 71.1%는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인데, 그 자산이 오르면 이미 가진 쪽의 숫자가 먼저 커진다.

위에서 아래로, 44.9배 (단위=억) 순자산 5분위별 가구당 평균 자산, 2025년, 억 원 0.391분위 1.522분위 3.163분위 5.84분위 17.465분위
순자산 5분위별 가구당 평균 자산. 붉은 막대가 위쪽 20%다. 자료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그런데 같은 표의 다른 칸을 보면 이야기가 한 번 뒤집힌다. 자산은 44.9배 차이가 나지만 처분가능소득은 1억 593만원 대 2,825만원으로 3.7배, 빚은 2억 2,505만원 대 2,758만원으로 8.2배에 머문다. 위쪽은 아래쪽보다 마흔다섯 배 가졌는데 빚은 여덟 배밖에 지지 않았다.

이 세 배수를 나란히 놓으면 물어야 할 질문이 달라진다. 가진 것 가운데 얼마가 자기 것이냐다. 아래쪽 20% 가구는 자산 3,890만원에 부채 2,758만원을 안고 있다. 가진 것의 70.9%가 남의 돈이라는 뜻이다. 위쪽 20%는 그 비율이 12.9%다.

빚을 갚는 일도 그래서 다르게 굴러간다. 아래쪽 가구의 부채는 한 해 처분가능소득에 가깝고, 위쪽 가구의 부채는 두 해 소득 남짓이다. 숫자만 보면 위쪽이 더 무거워 보이지만, 소득에서 먹고사는 데 쓰고 남는 몫이 다르므로 실제로 눌리는 쪽은 아래다.

지난해 소득 위쪽 20% 가구의 자산은 8.0% 늘었고 아래쪽 20%는 6.1% 줄었다. 같은 한 해 동안 한쪽은 불었고 한쪽은 깎였다. 평균 5억 6,678만원은 이 두 방향을 하나로 합친 값이다.

가진 것이 얼마냐는 질문에는 평균으로 답할 수 있다. 그것이 누구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뒤의 질문이 가계가 실제로 어떤 처지인지를 더 많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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