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반도체 공장만 늘어난 건설 수주 106조...현장 일자리는 되레 줄어
상반기 건설 수주 25.8% 증가...민간 증가분은 제조업 독식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106조 4,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조 6,100억원보다 25.8% 늘어난 규모다. 이러한 증가세는 수년째 이어진 건설사 도산과 착공 절벽에 비춰보면 얼핏 뚜렷한 반등세로 보인다. 하지만 늘어난 21조 8,700억원의 내역을 뜯어보면 회복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일감을 늘린 곳은 단 한 업종에 그쳤다. 제조업이 발주한 공사가 12조 9,700억원에서 25조 7,400억원으로 두 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민간 부문 전체 증가분이 12조 800억원인데 제조업 몫만 12조 7,700억원에 달했다. 민간에서 늘어난 일감은 공장 건설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그 공장 물량 가운데서도 기계장치 업종이 9조 5,000억원에서 20조 6,800억원으로 117.7% 늘어 상반기 증가분의 절반을 홀로 차지했다.
국토교통부는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이 23.4% 늘어난 배경으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 증설과 데이터센터 건립 등 신산업 투자가 집중된 점을 꼽았다. 공식 통계에 기업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어느 지역 어느 공장 건설인지는 누구나 안다.
수주 쏠림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상반기 제조업 발주 규모 25조 7,400억원 가운데 3월과 5월 두 달에만 17조 7,100억원이 몰렸다. 이 두 달이 차지하는 비중만 68.8%에 이른다. 특히 5월 한 달 공장과 창고 수주는 9조 8,6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여섯 달을 합친 11조 9,000억원에 육박했다. 반도체 팹 공사 하나가 한 달 통계 전체를 좌우한 셈이다.
제조업을 제외한 건설 시장의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부동산업이 발주한 공사는 45조 9,300억원에서 43조 8,100억원으로 4.6% 줄었다. 운수·창고·통신 부문도 35.4% 감소했다. 정부 발주 역시 34.3% 줄었고 공공에서 늘어난 곳은 발전소와 항만을 짓는 공기업(9조 700억원에서 15조 5,000억원)뿐이었다. 주택 부문 수주가 40조 4,200억원에서 45조 8,200억원으로 13.4% 늘어나기는 했으나 총액 증가율 25.8%를 크게 밑돌았다. 집 짓는 주문보다 전기와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주문이 훨씬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6월 한 달 실적만 따로 떼어 보면 15조 9,4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22조 1,600억원보다 28% 적다. 상반기 실적을 정점으로 밀어 올린 달은 이미 지나간 셈이다.
일자리 시장의 흐름은 딴판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달 186만 7,000명으로 2년 전 같은 달 201만 3,000명보다 14만 6,000명 적다. 수주가 25.8% 늘어난 반년 동안에도 일자리는 줄었다. 대형 팹 공사는 시공 능력을 갖춘 소수 대형사와 협력사에 쏠릴 뿐 전국 현장의 일손을 늘리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수주 통계와 고용 지표가 이처럼 오래 엇갈리는 상황에서 건설 업황을 단순 수주액으로만 가늠해도 괜찮은 것인가.
106조는 건설업이 거둔 실적이라기보다 반도체가 만들어낸 착시에 가깝다. 다음 팹 착공이 없는 분기가 찾아오면 이 숫자는 아무것도 떠받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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