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기술과 과학

아마존 검색광고 연 70조원, 그 돈은 결국 산 사람이 낸다

사러 온 사람에게 그 물건 광고를 보여주는 값이 클릭당 1달러...검색이 나빠질수록 돈이 되는 구조

리지

2

Illustration by Gemini

어느 저자가 신간의 광고 성적표를 공개했다. 출판사가 아마존 검색창에 광고를 집행했는데, 가장 효율이 높았던 검색어가 다름 아닌 저자 이름과 책 제목이었다. 그 책을 사려고 검색창에 제목을 그대로 입력한 이용자에게 바로 그 책의 광고를 다시 노출하는 대가로, 출판사는 클릭 한 번마다 1달러씩을 아마존에 냈다.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해 본 사람은 안다. 상단 몇 칸은 광고이고, 그 아래로도 광고가 섞여 내려간다. 아마존이 이 자리를 팔아 거두는 수익이 주당 10억달러에 이른다. 직원 1인당 3만 5,000달러씩 현금으로 얹어주고도 남는 규모라는 추산이 나왔는데, 환산이 과장됐다는 반박은 나왔어도 액수 자체를 부인한 쪽은 없었다.

이 자리를 파는 데에는 그럴듯1명분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신제품은 판매 이력이 없어 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순위에 없으니 다시 팔리지 않는다. 광고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첫 고객을 유치해 주는 사다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자. 에어프라이어를 검색하는 소비자 앞에서 아마존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어느 모델이 가장 잘 팔리고 반품이 적고 가격이 저렴한지를 주문 건마다 집계하는 기업이니 모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상단을 돈 받고 파는 것은, 그 정답이 아닌 상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다. 그러니 가장 우수한 상품을 만든 제조사조차 원래 제 몫이던 자리를 지키겠다고 입찰장에 끌려 들어온다.

통상의 광고는 없던 수요를 창출한다. 화면에서 우연히 본 상품이 갖고 싶어지면 그 시장 전체가 조금 커지고, 제조사와 유통사가 늘어난 몫을 나눠 갖는다. 검색창의 광고는 그렇지 않다. 구매자는 이미 지갑을 열고 유입된 고객이라서, 파이는 그대로인 채 누가 차지하느냐만 갈린다. 광고를 붙인 쇼핑몰이 붙이지 않은 쇼핑몰보다 상품을 오히려 덜 판매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있다. 그렇다면 연 500억달러, 우리 돈 70조원에 가까운 이 비용은 판매자의 주머니에 잠깐 머물 뿐 가격에 전가돼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

망가지는 것은 가격만이 아니다. 평판보다 클릭 예산이 중요해지면 제조사는 원가를 깎아 광고비를 마련한다. 검색 결과가 우수할수록 광고는 덜 팔리니, 유통사에는 결과를 저하시킬 이유가 생긴다. 조악한 상품은 낮은 평점과 반품으로 걸러진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구매 시점에 눈앞에 놓인 것은 별점 5점 수천 개와 가장 화려한 사진이다.

아마존은 스스로를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을 중시하는 회사"라고 자처한다. 웬만한 상품 가격을 낮추고 판로가 없던 판매자에게 길을 열어주던 시절에는 그 문구가 과장도 아니었다. 지금 검색창 상단은 광고비를 낸 자에게 내주는 매대이고, 그 매대의 자릿세는 검색한 소비자가 낸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